인간 본성의 법칙 (블랙 에디션) - 전2권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이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사람’이다. 아무리 성격 좋고 외향적인 사람도 이 인간관계에 대해선 한번쯤 고민해봤을테다. 인간관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야기하기도 하고, 심지어 비관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일까.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 결국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서점 베스트셀러 선반에 인간관계나 심리학 책이 빠지지 않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인간에 대해 알고싶다는 강한 열망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호기심에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ㅇㅇ의 법칙', 'ㅇㅇ하는 법'과 같이 이 책 제목이 <인간 본성의 법칙>인 건 저자의 자신감이 묻어난달까. 책을 읽기 전에는 자기 기만이라던가 자기합리화와 같은 막연한 것들을 떠올려보면서, 나의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책을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엄청 두껍다’, 그리고 ‘엄청 많다’ 였다. 총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에서 저자는 인간 본성을 18가지나 이야기한다. 이렇게나 복잡한 인간이구나.

저자는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 자아도취, 방어적 태도, 시기심, 과대망상, 동조, 변덕, 공격성 등 인간 본성의 법칙 18가지에 대해 각각의 사례, 그리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KEY를 제시하는데, 그의 예리한 통찰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단순히 인간 본성의 종류와 관련 사례만 제시한느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겉모습(페르소나)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모를 은밀한 내면, 즉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내 옆의 사람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는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조차도 착각이며, 내가 미처 의식하고 있지 못한 나의 저 깊숙한 본성에 대해서도 부끄러울만치 자세히 다룬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인간 본성의 특징을 알았다고 해서 실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접하기 전과 후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저자는 인간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대목들에 대해서는 마치 내 내면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뜨끔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게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 깨달음, 부끄러움이 교차했고, 이는 내가 계속해서 책을 덮고 나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었다.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행동 속 비밀 또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기도 하고, 나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내가 성공하고 실패했던 경험들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책 여백에 문득 떠오르는 내 생각을 적어보면서,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직장생활,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렸다. 가끔 사람들과의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과연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답답한 경우가 많은데, 그건 내가 내 안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을 변화시킨 아주 큰 지점이었다.  

과연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과 얼마나 다를 것인가. 앞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데 있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특성들을 기억하면서 그를 대한다면 대화 스킬이나 리더십, 그리고 인간관계가 얼마나 크게 달라질 것인가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거나, 모든 사람들은 자아도취에 빠져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를 존중해줌으로써 인정을 받는 등 사람을 다루고 이해하고 협상하는 방법이 잔뜩 담긴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얼마 전 읽었던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떠올렸는데, 어쩌면 이 책이 데일 카네기 책에 이어 현대판 인간관계의 바이블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자기 자신을 선하고 정의로우며 옳은 선택을 한다고 믿는다. 그런 나 자신과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했을 때, 갈등도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배웠고,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야하는 사실이다. 결국 이 책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자주 들춰보고 꼭꼭 씹어가며 읽어야 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 즉 인간에 대한 나의 편협한 시각을 확 트이게 해준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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