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항
조갑상 지음 / 산지니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곱 개의 단편을 품은 조갑상의 소설 ≪도항≫은 잊고 있었던 한반도의 근현대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광복 직후 일본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배를 탄 이들의 운명을 시작으로 힘으로 시민들을 억누르던 독재 정치와 그 정치를 위한 도구로 쓰인 영호남의 지역감정 때문에 애끓던 청춘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담겨있다.

베트남 파병을 준비하던 유신체제 속 군대의 모습과, 부랑인 수용시설로 불린 인권 유린의 현장까지 더없이 무거운 주제들을 그 무게로 가라앉지 않도록 작가의 언어로 감싸서 수면 위로 밀어 올려 독자들을 만나게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유하게 한다.

식민지배라는 암울했던 시대가 없었다면 겪지 않았을 분단이라는 현실이 만든 한반도의 역사를 미국에서 열린 특별한 한 쌍의 결혼식을 배경으로 간결하고도 분명하게 담아서 우리 앞에 펼쳐놓기도 했다.

책 속 인물과 함께 일본에서 출발해 추운 겨울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바라본 바이칼호수까지 떠났던 여행에서 돌아와 <현수의 하루>를 만났다. 시대를 품은 역사 이야기 끝에는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까지 덤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조갑상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걷다보면 숨이 차서 쉬어 가야하기도 하고 아주 주저앉아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 이유가 극적인 사건이나 절정에 도달하는 갈등이라기 보다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시간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책을 덮으며 깨달았다.

≪도항≫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어떤 형태로든 남겨져 기억되어야 할 일들을 그저 짬을 내서 책 한 권 읽는 것으로도 할 수 있게 한다. 광복 80주년이라고 떠들썩하게 행사를 하지만 식민 역사와 광복 그리고 길었던 독재, 그 안에서 삶을 기어이 살아낸 평범한 이들의 하루를 겪어보지 않은 세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고령의 작가가 역사적 사실들을 검증하며 애써 내려간 글들이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지명 2025-11-0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글에 흥미 생기게 하는 담백하고 명료한 서평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