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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돈
케빈 필립스 지음, 이건 옮김 / 다산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나쁜 돈
과연 무엇을 나쁜 돈이라고 하는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냥 막연히 돈이 낳는 악의 꼬리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돈으로 인해 빚어지게 되는 세상의 온갖 추잡한 현상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이 책도 그러한 돈으로 인해 빚어지는 부조리들을 극복하는 방안을 현재의 상황과 연결지어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았다.
역시, 이 책은 그러한 접근은 일체 하지 않았다. 요즘들어 나의 그러한 섣부른 선입견이 어떻게 깨어지는가에 대한 재미도 쏠쏠히 느끼고 있는지라 금방 빠져들었다. 역자의 말처럼 엄청나게 어려운 내용이었다. 역자가 소개하길, 이 책이 미국의 서점가에 등장했을 때, 독자들로 하여금 엄청나게 욕(?)을 먹었단다. 무지 어려운 내용을 온갖 추상적인 어구와 전문적인 용어를 써가며 설명을 했기에 그렇다고 한다. 나름 어려웠지만, 일정한 주제와 흐름을 가지고 이야기의 사슬을 적절하게 엮어준 번역자의 능력에 박수를 보낼만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쁜 돈"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제조업을 등한시하고 단기적인 가치를 쫓아 금융업을 비정상적으로 키워온 미 정부와 이를 유도하고 악용한 미 중부 석유회사의 작전(?)을 통해 발생한 금융현상을 말하는 듯 보인다. 또한, 이러한 부조리를 더욱 부채질하는 금융이라는 분야 자체의 특성과 이를 통해 번성하는 불량재화들 모두를 말하는 듯 보인다. 현상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제 3국의 제 3의 인물이 보았을 때에도 낯이 뜨거워 질 만큼 신랄한 비판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책의 장르를 굳이 정하지 않는다면 음모론을 다루는 스릴러물의 냄새도 조금은 풍긴다. 물론 이 책에서 등장하는 비판은 이를 근거해줄 자료가 있기에 결코 공허한 비판은 아니었다.
미국의 오만한 자본주의가 전 세계에 끼친 폐악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러한 뻔한 논리에 반박은 못할 지언정, 그들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능함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세상은 한발 앞서 생각하고, 한 발 앞서 행하는 자의 몫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계의 경제가 때로는 악화에서 시작해서 그것이 어떻게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프로세스의 흐름을 제공해 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악화든 양화든 우리가 피할 수 없다면 먼저 그것을 아는 것이 이러한 위기를 헤쳐나갈 첫번째 할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로세스도 좋고 현상분석도 좋지만,
이 책은 '앎'에대한 동기유발 또는 자극제가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