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일
고미영 외 지음 / 북노마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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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위가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다…….” 출판업계에서 매년 반복되는 말이다 보니 이제는 무감각해져서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건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위기감이 든다고나 할까. 출판이 쏟아지는 콘텐츠의 하나로 인식되고, 앞서 가는 게 아니라 어디선가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책이라는 물성으로 정리해내는, 후발주자 같은 느낌이 강해지는 것도.

저자가 유튜브나 SNS에서 독자적으로 팬층을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팔기 어렵다는 말을 마케터가 반복할 때면 어느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건가 자꾸 혼란스러워진다.

요즘 같은 시대, 다른 편집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마침 그런 내 궁금증에 의견을 들려줄 것 같은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현재 편집일을 하고 있는 편집자 혹은 1인출판사 대표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인터뷰이는 6명이다. 이봄 대표, 돌베개 편집주간, 워크룸프레스 대표, 1984Books 편집장, 목수책방 대표, 그리고 부록으로 이 책을 출간한 북노마드 대표의 칼럼 스타일의 글 두편이 더해졌다. 6명의 인터뷰이는 거의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한다.

현재 일하는 그곳에서 책을 만들기 전에 어떤 일을 했으며 편집자가 된 동기가 있었는지, 편집자로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편집자로서의 자신만의 편집원칙과 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지, 저자를 섭외하는 노하우는 무엇인지, 자신이 만든 책 중 가장 아끼는 책은 무엇인지, 다른 출판사의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 SNS가 필수인 요즘 SNS를 통해 어떻게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지, 취향과 매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데 각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의 결과 인터뷰이이가 된 편집자들의 답변이 톤을 같이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인 출판을 하는 곳들은 특히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었고, 대중 지향적인 출판사는 트렌드와 독자들의 관심이 어디에 향해 있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취향과 관심이 반영된 책이든 트렌드에 부합하는 책이든 독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를 살피는 것은 누구나 똑같은 것 같았다

 

편집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한마디로 독자예요. 편집자는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사람이니가요. 자기 의견을 낼 때는 그 방향이 독자에게 잘 다가갈 수 있어야 해요. 단지 나만의 개인 의견을 내서는 안 됩니다. 독자의 관심사를 늘 알아야 해요.” (고미영_이봄 대표)

 

그동안 책을 만들면서 목격한 출판 현장의 가장 커다란변화는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이 되지 못한다라는 류의 금언이 사라졌다는 것, 즉 마침내 독서는 취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수한_돌베개 편집주간)

 

편집자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중요해요. 완벽한 편집은 없지만 최소한 자신이 맡은 책에 최선을 다하는, 혹은 적어도 책이 나왔을 때 후회 없도록 편집을 해야죠. 이건 편집자로서 자부심 비슷한 걸 가지고 계속 일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에요. 그게 아니면 책 만드는 일이란 매우 허망할 수 있거든요. 세상에 꼭 나와야 할 책이란 얼마 안 되니까요” (박활성_워크룸프레스 공동대표)

 

“‘이 책은 많이 팔리겠다같은 예감은 해본 적이 없어요. 반대로 이 책은 많이 팔리지 않아도 최대한 손해는 보지 않게 만들겠다는 각오만 있습니다. 출간 리스트를 정할 때 저의 취향에 의지합니다. 비록 제 취향이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지 않아도 책을 꾸전히 소개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시선을 저에게도 돌리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신승엽_1984Books 편집장)

 

편집 업무는 어떤 책을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조차 흥미를 못 느끼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면, 당연히 그 책을 읽어줄 독자는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가장 오래 고민하는 부분은 이 책이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인가, 생태 주제의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책이 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의 취향보다 이 책이 과연 세상에 필요한가, 어떤 사람이 읽어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계속 곱씹게 됩니다.” (전은정_목수책방 대표)

 

책장을 덮을 때 쯤 마지막 부분에 나온 북노마드 대표의 말이 마음에 계속 맴돈다. 아무리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획하고 편집을 해도 결국 독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그 모든 것이 퇴색되는 느낌에 마음이 괴로워지곤 한다. 나무에게 미안한 짓을 한 건 아닐까, 내가 기획을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래서 자꾸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살펴보고 요즘 독자들이 관심 가질만한 컨셉의 기획을 하다보면 그건 또 만들면서도 만족감이 떨어진다. 이 둘 사이의 간극에서 널을 뛰는 마음에 뭔가 조언을 받는 그런 느낌이랄까. 편집자들의 일과 그들의 마음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읽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책이다.

 

그래서 나는 출판 수업의 시작과 끝을 자기편집에 둔다. 다른 사람, 다른 것에 지배받지 않는 삶,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 목적의식으로 책을 만들어 파는 것, 편집의 기본은 나의 일상의 경험칙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그 경험칙에 반복되는 패턴, 그것이 편집자의 문화 감각이자 편집력의 기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동희_북노마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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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권하는 사회 -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기탐구 인문학 3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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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부족한 거야’라는 식의 개인의 관점에서 벗어나 한걸음 떨어져서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 아무리 자존감을 높인다 해도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데 좀 더 근본적인 걸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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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권하는 사회 -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기탐구 인문학 3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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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봤는데 뒷면에 있는 은유 작가님의 추천사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수치심’은 누구나 경험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저자는 그 중에서도 여성의 수치심을 좀 더 많이 이야기합니다.
수치심이 여성을 억압하고 입을 막는 수단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걸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모순되고 다층적인 사회공동체의 기대들로 인해 수치심 거미줄에 걸린 채 스스로를 책망하며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강조하면서 이런 수치심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공감’과 ‘수치심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며 타인의 눈에 비친 나를 끊임없이 신경 쓰게 만들고, 부족한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회공동체의 암시와 기대가 문제라는 점을 설명하는 이 책을 진행하며 저 또한 모르는 사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의한 자동반사적 반응을 많이 해오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하루 아침에 바뀔 순 없지만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저를 지배하려 할 때마다 비판적 인식을 통해 한발 떨어져 바라보려고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내가 부족한 거야’라는 식의 개인의 관점에서 벗어나 한걸음 떨어져서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아무리 자존감을 높인다 해도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건데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주고 해법을 제시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수치심 거미줄에 걸려들더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저도 혼자 끙끙대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수치심 경험을 이야기하는 연습을 해야겠어요.

"문화는 우리에게 수치심을 가르치고 있다. 남들과 어울리려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정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몸매를 갈망한 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갚을 수도 없을 만큼 흥청망청 카드를 긁어댄 게 아니다. 수치심은 외부에서 온다. 우리 문화가 주입하는 메시지와 기대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 P17

"우리는 때에 따라 자신을 비난하기도 하고 남 탓을 하기도 한다. 자신을 비난할 때는 자기혐오와 수치심의 악순환에 빠진다. 그러다 보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속으로 곪아 터지게 된다. 반대로 수치심과 두려움의 고통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남 탓을 하면 밖으로 폭발하게 된다. 자녀나 직장 동료, 배우자나 연인 아니면 앞에 서 있는 서비스센터 직원한테 화풀이한다. 속으로 곪아 터지든 밖으로 폭발하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그저 무력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난을 할 뿐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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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와카미야 마사코 지음, 양은심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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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과 유연한 사고, 이 두가지를 잃지 읺는다면 나이 들어도 얼마든지 재밌고 활기차게 살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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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와카미야 마사코 지음, 양은심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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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 말이 아직 노년까지 시간이 한참 남아서일까? 100세 시대라는 말이 다소 공포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주위에 있는 80대~90대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나이 든다는 게 두렵기만 하다. 시간은 너무 많지만 할 일이 없어 무기력한 모습,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움직일 때마다 아이고~ 소리를 내는 모습, 젊은 사람들에게 자기 주장을 강요하며 호통치는 모습만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꽃보다 할배>라는 예능 프로그램 속 이순재씨와 신구씨, 박근형씨의 여행하는 모습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얼 보든 호기심을 갖고, 적극적이고 열린 태도를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 책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를 읽으며 그들 생각이 났다. 저자는 80대에 게임 앱을 개발했다고 한다. 스마트폰 없이는 잠시도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코딩을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데 80대의 나이에 어떻게 앱까지 개발할 수 있었나 싶어 궁금했다.
마짱이라 불러달라고 하는 이 저자는 자칭 호기심쟁이 할머니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잘할까 못할까 그런거 따지지 않고 일단 시도해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가짐. 그런 유연한 사고를 하기에 영어를 못해도 구글 번역기를 활용해 CNN 인터뷰에 응하고, 자유여행을 떠나고, 6개월 독학으로 공부해서 게임 앱도 만들어보고 그런 것 같다.
호기심과 유연한 사고의 힘, 이 책을 보며 그런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뒤표지에 “100세 시대 롤모델 등장”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정말 롤모델 삼고 싶은 분을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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