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의 비밀
김환희 지음 / 새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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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죽이기>를 창비게시판에서 읽으면서, 저는 다음 두 가지를 생각했었습니다. 미당을 정치적으로 독해하는 일과, 동시에 미학적인 해석을 병행하면서, 거기에 역사적 의미를 검토하는 일이 이제야 가능해졌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학계의 지배적인 억견(doxa)을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 진지하면서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한 편의 시에 대한 폭 넓은 해석의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논문이 한국문학계의 관성화된 연구태도와 담론 생산방식에 대한 합리적, 논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백낙청 선생의 지적처럼, 국화를 꼭 단선적으로 아마테라스와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이러한 해석의 내적 필연성 또는 논리전개의 합리성은 존중되어야 하겠지요. 토마스 쿤이던가요. 정상과학과 비정상 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중요한 것은 해석 공동체의 시각의 전환을 이끌었던 사람이야말로, 당대에는 소외되었던 사람들이라는 말도 기억 나는군요.

<국화꽃의 비밀>을 읽으면서, 한 비교문학자의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서정주 시인의 시세계를 입체적으로 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상은 열 사람 안팍이라지요. 저자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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