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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천도 - 도쿄의 서울 이전 계획과 조선인 축출공작
도요카와 젠요 지음, 김현경 옮김, 전경일 감수 / 다빈치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경성천도를 읽고..

경성천도라는 책의 제목만 봐서는 얼핏 한-일간의 삼류전쟁소설을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삼류소설이 아니다. 일류소설도 아니다. 논문이자 역사책이다. 그의 주장의 시작점은 한일병탄으로 하나 된 일본이 바탕이며, 아시아지역을 일본이 군사, 경제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해서 가운데 지점인 경성이 가장 적합하며, 때문에 일본의 수도를 도쿄에서 (구)조선의 수도 경성으로 옮길 것을 주장하는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vannews/110130883077>

 

이 책의 저자 도요카와 젠요는 1920~30년대 세계정세의 흐름을 굉장히 잘 파악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도 해박하다. 그러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굉장히 논리적으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침략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별한 비판이나 사전지식 없이 읽고 있노라면 ‘아, 그럴 수도 있겠군’ 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 당위성에 빠져 버릴 때도 있었다.

전 세계가 제국주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도 실력국의 하나로써 제국주의로 이익을 차지 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서구열강에 맞서기위해 아시아연합을 구상해야하는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의 실력이 없어 어쩔 수없이 일본이 도와줘야 했다는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유럽열강, 대표적으로 영국이나 프랑스등이 여러 식민지를 건설했었고, 그곳에서 더럽게 착취한 것도 사실이다. 왜 대영제국인가? 우리는 아직도 영국박물관을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고 있고 그 안엔 전 세계 유물이 보관되어져 있다. 그 당시 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외교, 군사적 행동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는 없다. 또 일본이 아시아의 ‘제1실력국’이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이 자랑스러운 사실은 사실이라고 하지만, 부끄러운 사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어떻게든 왜곡하려고 애쓴다. ‘침략전쟁이 아니다. 도발하지 않았다. 자위권행사다. 정당한 절차에 의했다. 아시아국가들은 자신들 빼고 혼자 힘으로 발전가능성이 없었다, 일본이 아니면 문명국이 될 수 없었다’ 등등등등등등등등등등

현재에도 일본주변 아시아 국가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렇고, 세계질서는 엄연히 힘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도 일본에 대해선 피해자인척 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티벳을 비롯해 위구르, 몽골등 변방 소수민족을 침략해 무력으로 복속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립국이 된 것도 우리의 힘만으로 달성한 위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수많은 애국열사의 죽음과 희생위에 세워진 국가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 현재의 티벳이 우리나라와 같이 애국열사가 없고, 독립운동을 하지 않아서 독립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힘의 논리일 뿐이다.

우리나라보다 30년 먼저 일본에 편입된 류큐왕국(현재 오키나와)은 이미 일본에 편입되어 버렸다. 국토도 작고 인구도 적어 편입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독립국이었다. 1920~40년대 일본이 아시아에서 과도한 침략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조선만 편입시킨 상태에서 국제사회에 반항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가 류큐처럼 되지 않았으리란 생각을 할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한국인으로써 당연히 느낄만한 감정은 한 가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나쁜놈들! 하지만 이렇게 감정적인 선에서 끝난다면 우리 앞에 산재해있는 한-일 갈등을 해결하는데 힘이 되지 못한다. 우리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려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역사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모르고 힘이 없는 한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속담에 거짓말도 100번하면 진실이 된다’ 는 말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왜곡된 역사를 만들어내고, 가르치고,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도요카와 젠요가 책에서 기정사실로 쓰고 있는 임나일본부설도 몇 년 전 한-일 역사학자 공동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합의 발표 되었지만, 일본에서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역사책들이 임나일본부설을 기정사실화하고 기술하고 있으며, 가르치고 있다. 독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독도뿐이지만 앞으로 어떤 역사를 왜곡하고 새로 리메이크할지 모르는 일이다.

저자의 역사지식은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정립되어 있어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세계정세와 일본 자국의 열렬한 애국자의 눈으로 세계를, 아시아를, 일본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된 책이었다.

ps1. 도요카와 젠요가 기술한 경성천도의 이점이 비록 일본 제국주의의 관점에서 쓰여 진 것이지만 동아시아에 있어서 서울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평가만큼은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ps2. 젠요가 주장하는 일-만 경제블록, 중-일-만 경제연합은, 일본에 종속된 아시아경제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FTA와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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