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무관심 - 함께 살기 위한 개인주의 연습
한승혜 지음 / 사우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심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간섭하고 무례한 행동을 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지나친 관심보다 무관심이 편하다. ‘다정한 무관심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이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다정한 무관심은 한승혜 작가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은 칼럼집이다. 일상 에피소드로 가볍게 시작해서 사회 구조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본인을 엄마, 아내, 작가 등 이름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무엇으로도 정의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도 <서울신문>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글을 쓰는 중이며, 베스트셀러 서평집인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를 저술했다.


이 책의 부제는 함께 살기 위한 개인주의 연습이다. 함께 살면서 개인주의자로 생활하기가 가능할까. 이러한 의문은 흔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많이 혼동하기 때문에 생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자기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자와 달리 개인주의자는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권리가 소중하기에 그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한다. 이것이 각각의 칼럼 내용을 하나로 모으는 주제이다. 결국 사람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혼자 살 수 없으므로 서로 이해하고 다른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선과 악, 흑과 백, 명과 암으로 명확하게 나뉘는 것이 거의 없다. 한 가지 사건에 때로 수백 가지의 맥락이 얽혀 있기도 하고, 한 줄로 축약되는 역사는 사람에 따라 수천수만 가지의 서사를 갖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건과 현상에 대해 입체적인 시야를 갖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p269)”

 

이런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 모든 일을 단순히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세운 기준에 따라 단편적 사고로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내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상황에 마주칠 때나 사람을 대할 때 무심코 편견을 가지고 차별적 인식을 당연하게 여기며 행동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갈등의 사회라고 불릴 만큼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과 같이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이 많다. 이러한 갈등은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기적인마음에서 나온 결과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한다면 작가의 주장처럼 서로 배려받고 존중받으며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작가의 의견에 공감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그런 이들에게 작가의 견해를 이해시키기 위한 장치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또 개인주의자로 살기 위한 실천 방법을 제시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기대한 독자는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개인주의에 관심이 많지만 제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놓치고 지나친 부분을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을 세심히 살피도록 도와주고 새로운 관점에서 나의 인생과 우리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나다운 삶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남들과 조화롭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 진정한 개인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