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

赤淚 1
김대원 그림, 강주현 글 / 시공사(만화) / 2000년 5월

적루.. 붉은 눈물이란 뜻의 제목인 만큼 스토리 자체가 그리 즐겁게만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윤과 정 이야기는 조금 엄하게 이어지다가도 마지막은 즐겁게 끝나지만, 은수 이야기는 딱 보면 슬픈 결말 같았죠. 하지만 새벽에 아는 언니에게서 빌린 적루를 다시 읽어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지요. 그냥 보기에 은수와 몽무가 불행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것만이 그들에게선 행복이었을 테니까요. 둘 중 하나만 남는 게 더 불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적루의 많은 인물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정 이야기에서 슬쩍 등장했던 여평인 것 같습니다. 여자긴 하지만 남장을 하고, 무표정과 직설적인 화법에, 가문의 비기를 이어받은 고수. 제가 좋아하는 설정이기도 하고, 약간의 이상향적인 여성이랄까 그런 점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정말로 여평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에 대한 연정이랄까, 그런걸 간직하고 있는 그녀가 귀여웠거든요. 만약 적루의 다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면 그녀의 이야기를 보고 싶습니다.

적루는 제가 좋아하는 무협이란 장르에 순정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조금 슬프긴 했지만 즐겁게 읽었습니다. 김대원님의 거칠지만 세밀한 그림체도 좋아하는 편이구요. 이분의 작품은 뭔가 애련하면서도 가끔 피식 웃게되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