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돌밭 한티재시선 17
최정 지음 / 한티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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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패배를 심어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지"   --- <고로쇠나무에게>


어느날 문득 꿈처럼 생각했던 시간이 닥쳐왔을 때

우리는 더 절망하기 싫어서, 더 고독해질 수 없어서, 돌보지 못한 아픔에 대하여 얘기할 대상이 없어서

전혀 소소한 행복을 주지 못하는 독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덜커덕거리기도 하는

일상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최정의 시집을 읽으면서 잠시 보고 싶지 않았던 이제 중년이 되고 만 저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계속 하고 있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언제 이마저 내 것이 아닌 것이 되는 순간, 나의 삶을 지탱해주었던 최저임금 조금 넘는 월급 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오로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의 결정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농사꾼의 생활을 꿈꾸기도 했었죠. 물론 저는 도시 출신이어서 농사의 "농"자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정의 시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최정의 시는 어둠 속에 검게 우뚝 서 있는 나무 같습니다.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괜찮은지, 견디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어둠이 주는 힘은 알겠습니다. 

겨우겨우 제 일상의 끈을 놓지 않는 내 시간들에 대하여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담담하게 그려내는 일상이 참 좋았습니다. 

내게 있으라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1집에서는 너무 아팠고, 2집에서는 그러다가 흙이 될까봐 걱정되었는데...


이제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그는 늘 우리 안에 있는 색도, 맛도, 냄새도 없는 검은 의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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