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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 육군수첩 속에서 읽고 싶은 책 목록에 고이 적혀 있었고, 다른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려는데 구매금액이 5만원을 넘을 경우 마일리지 2천점을 더 적립해준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같이 구입한 4권의 책 중 가장 늦게 읽었다. 우습게도 마지막으로 읽은 덕분인지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았고 독후감까지 쓰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속임수 문화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업, 회계, 의료, 제약, 법조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깊은 경계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나 같이 그리 유식하지 않은 한국의 평범한 독자들에게 실명으로 거론된 미국 화이트칼라 범죄자의 이름 및 기업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를 포함한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지대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 역시 미국식 자본주의를 채택해 따라가고 있으며, 무한경쟁의 시대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인터넷 음원 불법다운로드 등의 행위와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사고의 확산을 부패의 사소한 사례로 들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식을 앞서가게 하기 위해 부모들이 자행하는 편법은 한국사회 역시 더하면 더했지 절대 미국사회에 뒤처지지 않는다. 이는 아이의 출생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한국의 사교육 열풍만 봐도 충분히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한국 역시 점점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들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의 경제 환경에서 누구도 고용이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승자에게 돌아가는 상이 대폭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하려 들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사용해서라도 승리를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속임수의 증가와 관련한 세 가지 변화를 지적한다. 첫째, 개인주의가 극심한 이기주의로 바뀌었다. 둘째, 돈이 사람보다 중요해졌다. 셋째,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진 반면 약자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나의 직장동료 및 부하들에게 구두를 통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나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큰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며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기꺼이 실행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러한 사고를 가지게 된 데에는 경제적인 성공수준을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과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과소비 성향, 부유한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얻는 상대적 빈곤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회적으로 편법을 사용해 성공한 사람이 범행이 발각되더라도 큰 처벌 없이 사회의 지도층 인사로 남아있는 것을 보며, 자신이 현재 저지르고 있는 음원 불법다운로드, 자동차 보험사기, 직장 행정비품 남용 같은 사소한 횡령은 아무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속임수를 써서 성공한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승자로서 고결한 사람, 찬미하고 본받아야 할 사람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반대로 정직한 방법을 써서 손해를 본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
부유한 사기꾼들은 자신들은 일반 대중들과 다른 법을 적용 받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정책을 만드는 정치권력을 이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득 크기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유효했던 시대에는 교육이야말로 저소득층의 유일한 신분상승 수단이었다. 그러나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한 고액의 사교육비용과 대학등록금의 상승은 저소득층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설령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등록금으로 인해 학업을 마치지 못하거나 거액의 빚을 지고 졸업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몇 년 동안 온갖 희생과 고난이 뒤따르는 구직순례가 이어진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시기는 진실과 대면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가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진실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부풀린 이력서와 자격증 수집 열풍, 대학 다음에는 ‘일류 대학원’이 불쑥 나타나고, 그 다음에는 ‘일류 직장’이 나타난다. 그러고 나면 ‘일류 동네’에 살면서 다음 세대를 세상에서 앞서가게 하기위한 일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여행에서 수월하게 앞서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일찍부터 편법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앞서가게 하기위해 정직보다는 편법을 먼저 가르친다. 특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일컫는 교육에서의 부정행위 문제는 심각의 단계를 넘어 부패의 악취를 풍기고 있다. 초등학교 과제를 대신해주는 부모 및 과외교사, 아무렇지도 않게 옆 사람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중‧고등학생, 남의 리포트를 다운받아 제출하는 대학생,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것도 모자라 성적을 조작하는 교사, 뇌물을 써서 관리직에 오르는 장학사와 교사, 남의 논문을 표절하고 심지어 제자의 연구실적을 가로채는 교수까지 교육계 전반에 걸쳐 자행되는 부정행위는 대한민국의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세대로 이루어진 대한민국의 사회가 과연 무슨 희망을 바라볼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될 뿐이다.
특히 나는 장차 한국을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을 양성할 교사가 되고픈 꿈이 있다. 내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거짓된 모습과 편법을 사용한다면 과연 학생들 앞에 섰을 때 떳떳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본다.
저자는 속임수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들 그렇게 한다’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주의를 둘러보면 좀 더 도덕적인 환경에서 꿋꿋하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레코드 가게에서 정품 음악CD를 사는 바보,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정직하게 보험을 처리하는 바보, 일류대학에 못가더라도 옆 사람의 답안지를 보지 않는 바보, 일류직장에 못가더라도 이력서를 부풀리지 않는 바보 등. 하지만 널리 유행하는 편법보다 정직한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경우 삶이 고달파진다. 고달프게 사느니 속임수 문화에 편승하는 것이 훨씬 쉽다.
그러나 나는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희생을 감수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한 인식의 전환은 악한 심성을 타고난 인간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를 해소하기 위해 내가 제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거룩한 삶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실천할 것이다. 우선 나부터 속이지 않는다면 ‘다들’이라는 범주에서 한 명은 줄어든 것이다. 나아가 전도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게 하고 편법을 그만두게 한다면 ‘다들’은 ‘몇몇 사람’으로 나중에는 ‘소수 몇몇’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속임수 문화의 일원이 될 것인지 아니면 거기에 대항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게 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각자의 몫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편법에 편승하지마라. 세상의 눈을 속였다고 해서 당신이 정직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늘 창조주 하나님께서 지켜보고 계심을 기억하라. 잘못을 알고도 시류에 따라가면 함께 망하는 길밖에 없다.
“여호와의 보시기에 정직하고 선량한 일을 행하라 그리하면 네가 복을 얻고 여호와께서 네 열조에게 맹세하사 네 대적을 몰수히 네 앞에서 쫓아내리라 하신 아름다운 땅을 들어가서 얻으리니 여호와의 말씀과 같으리라” -신명기 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