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3 -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 - 고장의 이름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만화) 3
마르셀 프루스트 원작,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정재곤 옮김 / 열화당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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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가고 집을 정리하면서 큰 숨을 들이쉬고 예전에 주변인들과 주고받았건 편지들을 찢어버렸다.

편지를 넣어두는 서랍만 보면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그 편지들은 항상 나를 불편하게 했다. 언제든지 나의 내면과 내가 겪은 일들을 증빙함으로써 나의 과거를 '까발릴'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해서 내 과거가 그렇게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불행하고 죄악으로 덮여있는 것도 아니었다. 찢어버린 편지들 중에는 행복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더 많지만, 왠지 그것들은 현재의 내겐 아주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로 여겨졌다.

그래서 프루스트가 15년간이나 수행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내는 작업이 단순히 행복한 회상이 아니라 얼마나 큰 고통이 되었을 것인지 감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말 그대로 미성숙한 시기(좋은 말로는 순수할 때인가...), '풋내기'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던 시절은 멋모르고 즐거워했던 기억 사이사이 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들이 끼어있으니, 더더욱 회피하고픈 기억일 것이다.

열화당에서 올해 번역되어 나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세 번째 권은 바로 이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성에 눈을 뜨고, 세상이 '그녀'들로 인해 분홍빛으로 보이던 시기, 그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유치한 수작을 일삼던 시기...그것은 그 시절을 지나온 나같은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아름다운 시절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년에 나온 2권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책도 만화라고 쉽게 보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정중하고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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