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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의 재발견 - 1년 내내 계획만 세우는 당신을 위한 심리학 강의
피어스 스틸 지음, 구계원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결심의 재발견이란 책 제목만 보고는, 무언가 우리가 결심을 할때 있어 효과적으로, 혹은 단호한 결의를 내리는데 있어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주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결심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결심을 하고도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늑장'에 대해 탐구하며 우리가 하는 결심이나 계획이 실천되기 위해 '늑장'을 버려야만 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순한 감정 호소식 자기계발서의 수준으로 쓰여진 책은 아니다. 이러 저러 하니 우리 모두 마음을 굳게 먹고 미루지 말아요 하는 식의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늑장 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답게, 상당히 추상적인 '늑장' 이라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메타분석이라는 기법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대단한 것은 이렇게 추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랐으며, 메타분석이라는 기법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늑장은 미루기와는 다르다. 첫장에 쓰여있는 마크트웨인의 말을 읽고 잠시 갸우뚱 했다.
"모레에 해도 되는 일을 내일 끝내려고 하지 마라." - 마크트웨인.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늑장 부리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모레에 해도 될 일을 굳이 내일 하려고 하지 말라니, 그리고 그 내용이 교훈처럼 써 있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한 구절인가.
잠시 당황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그 문구를 앞에 배치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늑장은 분명 미루기와는 다르다. 미루기는 또 현명한 미루기가 있고 정말 우리가 의미하는 게으른 미루기가 있는데, 앞서 마크트웨인의 말은 현명한 미루기를 의미했다. 간단히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3일 후에 끝내야 하지만, 그 전에 그 프로젝트가 취소될 가능성이 다분한 경우 미리 일을 만들어 하다가 갑자기 취소되어 정력을 낭비하기 보다는 상황을 관망하는, 이른바 미루기 작전이 더 현명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늑장에 대해 냉철하게 살펴보면서 늑장을 부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완벽주의'를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행동을 합리화하여 내면의 양심이나 이성이 스스로 자신에게 내리는 판단에 따른 가책을 덜 받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완벽주의도 마찬가지로 일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자꾸만 미루게 된다는, 늑장의 대표적 합리화 방식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또한 늑장을 부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바로 '충동성'을 꼽는데, 충동성이란 매 순간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금 당장 모든것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자제력이 없어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늑장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충동성 때문에 늑장을 부리는 사람들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산만하며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늑장에 대한 원인을 분석 한 후, 실제 몇몇 사람의 사례를 들어 늑장의 방식과 상황에 따른 대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이론적인 접근을 위해 저자는 늑장 방정식까지 세우는데, 언제 늑장을 부리게 되는지를 좌우하는 공통적 요소를 파악한 뒤에 이 방정식을 완성했다고 한다. 간단히 보면 '기대치x가치/충동성x지연'라고 이야기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이해는 되지만 실제 내 삶의 영역에서 적용하여 방정식을 통해 늑장에 대한 상황을 분석하기란 조금 쉽지 않게 느껴졌다.
저자는 좀 더 과학적인 부분으로 파고 들어가 늑장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하며 이는 진화를 통해 인간이 늑장을 부리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늑장에 대한 역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며 역사적 관점에서의 서술을 통해 인류에게 있어 늑장이 갑자기 현대에 들어와 발생한 것이 아닌 진화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함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늑장에 대한 분석을 정리하며, 실제적인 에를 들어 늑장을 파헤쳐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늑장을 없애기 위한 공략 매뉴얼까지 알려준다. 특히 나에게는 최근 다이어트가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이어트가 잘 안되는 것도 상당부문 늑장을 부리는 내 상태가 문제임을 깨달았다.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이제 다이어트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며 마인드에서의 변화가 곧 행동의 변화를 부른다는 기초적인 진실이 앞으로의 인생에 큰 교훈으로 작용할 것 같다.
최근 인기있었던 습관의 힘이라는 책과 추상적인 주제를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기법들과 사례들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관점이라 생각되었다. 이 책은 늑장을 부리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좀 더 나은, 그리고 모두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란 자원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마인드를 키워주는 아주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