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아영엄마 > 명작과의 새로운 만남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
그림 형제 글, 펠릭스 호프만 그림, 김재혁 옮김 / 비룡소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 염소 또는 양의 이야기는 매우 잘 알려진 고전이지만 에니메이션류의 그림책이 아닌 색다른 느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의 특징은 석판화로 제작되었다는 것인데 그림들이 조금 날카롭다는 느낌이 들기도 할 것이다. 펠릭스 호프만이 석판화로 제작한 그림책이 몇 권 있는 것으로 아는데 원색을 사용한 화려한 그림이나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그림들에 비해 어두운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주고 있으며, 그림속에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따.

엄마 염소는 집을 나가면서 절대 문을 열어 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내가 가끔 두 아이만 놔두고 갈 때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과 일치한다. 이 그림책을 읽어줄 때 그 부분을 강조하는 것도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기 때문이다. 늑대가 문을 열라면 아기 염소들을 현혹할 때 아기 염소들도 나름대로 신중하게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순수한 아이들이 나쁜 어른들의 말을 곧이 대로에 믿는 것처럼 아기 염소들은 그만 늑대의 말을 믿고 문을 열어주고 만다. 아기 염소들이 늑대의 뱃속으로 사라지는 부분은 섬찟하지만 그래도 통째로 삼킨 덕분에 다시 되살아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과학적으로야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동화야 현실과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이 책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부분은 늑대가 들이닥쳤을 때 아기 염소들이 숨는 장면이다. 몇 번을 읽어주어도 읽어줄 때마다 아이들은 이 부분에서 책 읽는 속도를 잠시 늦추고 염소들이 어떤 장소에 숨었는지 하나씩 짚어 본다. 아기염소들이 숨은 장소를 늑대가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장면과 비교해 보것도 좋을 것이다. 늑대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막내 아기 염소는 아마도 가장 덩치가 작고 숨은 장소가 늑대의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집에 돌아 온 엄마로서는 난장판이 된 집 안과 사라진 자식들로 인해 혼비백산하고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가 없다. 소중한 자식들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슬프겠는가! 엄마 염소는 잠들어 있는 늑대의 배를 갈라 다행히 살아 있던 아기 염소들을 구한다.그 뒤에 돌을 잔뜩 넣어 다시 꿰매 놓은 엄마 염소의 행동은 직접적인 복수는 아닐지라도 결국 늑대를 죽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명작동화나 전래 동화를 전집이 아닌 좋은 그림책으로 선별해서 살 수 있도록 좀 더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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