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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듀나라는 특이한 이름(?)을 처음 접했던건 영화 리뷰를 통해서였고,

그의 소설을 접했던건 씁슬하게도 지금은 발행되지 않고 있는 판타스틱이라는

장르소설 잡지를 통해서였다. 장르 소설 잡지라는 특징상 여러작가들의 단편들이실리곤 했는데, 

그 중 '너네 아빠 어딨니?'라는 제목의 단편을 꽤 재미있게

읽은 후 척박한 대한민국 장르 소설가 중 듀나라는 이름은 내게 각인이 되었다. 

이미 여러권의 책이 시중에 발행이 되어있었지만 나중에 읽어보자 하고

미루다가 이번에 신간인 브로콜로 평원의 혈투를 읽게되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좋아해 흥미가 생겼던건 아...니다.)

 

 이번에 읽은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13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뷔폐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단편집을 읽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뷔폐가 그렇듯

모든 음식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건 아니다. 듀나는 여러개의 단편을 통해다른 세상으로 독자를 이끌지만

그의 이야기를 그저 즐길 수만은 없다. 그가 이끈 세계 곳곳에 현실의 조각들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이게 작가의 무덤덤한 시선과 합쳐지니 시너지 효과가 난다. 그래서인지 책의 표지를 벗겨보면 나오는 진한 남색이 퍽이나 어울려 보인다.

 

 열세편의 단편들 중 단연 돋보이는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안개 바다가 아닐까 한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대립이 인류가 우주로 무임승차 하는 시대에 이르러서도 계속되는걸 보여준다. 조금의 무지에서 시작된 대립은 서로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지만 이 피튀기는 대결의 결과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분단이라는 현실을 기막힌 틀에 올려 진행하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니, 사실 나에게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이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우주를 여행하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었고, 더불어 '링커 바이러스'라는 매우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냈다.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 낼 수 있을것만 같은 이 설정으로 안개 바다에서는 개인간이 등장하기도 한다. (김보영 작가의 중단편집 제목 진화 신화가 떠오르며 딱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안개 바다까지 읽고 나자 이 세계관의 이야기가 더 없는게 아쉬게 느껴질 정도였달까.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세계관으로 소설을 더 쓸 생각이라 하니 기대가 된다.

 

 그 외 인상 깊게 읽었던건 성녀, 걷다와 디북도 재밌게 읽었다.

성녀, 걷다는 경이에 대한 호기심을 멋들어지게 풀어쓴 글이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읽으며 연상되는 풍경은 낭만적으로 즌껴지기까지 했다. 과연 끝에 제시된 계획은 잘 실행 되었을지 궁금하다.

 

 디북 역시 멋진 설정이 돋보였다. 가상서계라는 설정은 흔한 것이지만 왜 그 세계가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원인인 존재에 대한건 생각지 못한 반전이기도 했고..

 

메리 고 라운드 역시 다른 세 인물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가 각자의 심리를 따라 읽게되니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글을 쓰며 수록된 단편들을 하나하나 되집어 보니 끝이 허무하게 느껴질 작품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집 뒷뜰에 열심히 거미줄을 치던 거미가 계절이 지난 후 결국 사라졌을때의 그 기분이다. 너무 뜬금 없는 비유인가. 간단히 말하면 썩 좋은 상황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다수다.

그렇지만 이게 듀나 작가의 색깔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다음에 나오는 책은 분명히 더 멋진 글들이 실려있을거란 확신이 들며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덮었다. 그리고는 듀나의 단편이 아닌 장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출판 되어 있는 용의 이는 장편이라고 들었으니 그것을 읽으면서 듀나의 글을 더 살펴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동전 마술이 처음이 아닌 마지막에 실렸어도 나쁘지 않았으리라.

 

화들짝 놀라며 현실로 돌아올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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