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공상소설이나 영화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에<눈 먼자들의 도시> 에 이어 이 책을 읽게되었다.
두권 다 내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히 흥미로웠고 다른 소설에 비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풍자적이었다.
두 소설 모두 개인이 통제할 수없는 불행이 사회집단적으로 국민들을 집어삼키고 갑자기 회복되는 과정이 비슷하다. 또 이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이기심, 무자비함,기득권을 유지하기위해 불행을 당한 국민을 가차없이 버리는데 그 권력을 사용하는것, 불행을 당한 자들 사이에서도 비열하고 잔인하게 상대를 착취하고 죽이는 악당들 등 두 소설이 공통적으로 드러낸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그 재앙으로부터 제외된 한 인간의 관점에서 사건을 전개하는것도 공통적이다.
그러나 두 소설의 차이점도 있다.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는 재앙을 겪어내는 과정이 눈멀지않은 의사 부인을 중심으로 집단적으로 힘을 합해 겪어나가다가 회복된 후에는 서로의 남은것을 나누며 사랑으로 채워나간다. 또 같이 재앙을 당해 수용된 곳에서 총이라는 권력을 쥔 악당들의 무자비한 요구에 대해 극히 무력하게 당하는듯 하지만 집단 강간을 당하고서도 용감하게 두목을 죽이는 여인의 저항이 반전의 계기가 된다.
이에 비해 절망의 구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목격하고 도망치고 곤경에 처했다가 혼자 빠져나온다.
그것은 이기심이기도 하고 혼자 겪어야했던 외로움,소외이기도했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국민들의 안위보다 자기들의 안전을 지키지위해 가차없이 국민을 버리고 해외로 도피한 권력층, 회복된 후에 재앙의 원인과 처리 과정에 대한 규명과 책임을 지는대신 국민들의 분노를 쏟아부을 희생양을 만드는 권력의 야비하고 교활한 술수, 그에 기만당하고 놀아나서 애꿎은 곳에 화풀이하는 어리석은 민중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 점에서 작금의 세태를 잘 드러냈다. 문득 세월호 사건 실체 규명대신 구원파 교주 유모씨를 찾는데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게한 권력과 이에 이용된 매스컴의 선동이 떠올랐다. 절망의 구를 처음 목격하고 상황에 밀려 이리저리 끌려다닌 죄밖에 없는 주인공에게 모든 국민들의 분노를 쏟아부어 죽이려는 권력층, 어리석은 군중의 분노가 극히 현실적으로 와닿는다.그러나 마지막에 이유없이 추궁당하는 죄를 탈영한 군인, 전체 과정에서 유일하게 함께 했던 그에게 덮어씌우는 주인공의 행위 역시 극히 현실적이다.
번역상의 차이일수도 있고 이 책이 나중에 나와서 일부분 모작의 가능성도 배제할수없으나 결론 부분의 전개는 오히려 눈먼자들의 도시보다 더 풍자적이고 인간의 모습을 더 현실적으로 모사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