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섬 1
안정효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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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병주 선생은 수많은 소설 작품들 속에서 이런 귀절을 즐겨 쓰셨다.

 

"나폴레옹도 죽는다. 나도 죽는다. 그러면 다 마찬가지 아닌가?"

 

안정효 선생의 신작 <솔섬>을 읽고 난 뒤 이 귀절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솔섬>을 반갑게 독파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1) 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한다. 이를 뒤집으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국어도 잘한다. 안 선생은 일찍이 영어를 참 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어도 진짜 잘하는 작가가 되었다. <솔섬>은 국어 교과서라 할 만하다. 개개의 문장이 자연스럽고 품위 있으며 아름답다. 

 

(2) <솔섬>을 가리켜 작가는 굳이 '막소설'이라고 신문기자들에게 말했지만, 이것이 어찌 막소설인가? '막'이라는 접두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안 선생이 '막'이라는 접두사를 억지로 강조한 것은 "너희가 어찌 신형(entirely new type) 소설의 진가를 알랴?"라는 기우에서 덧붙인 췌사라고 나는 본다. <솔섬>은 막소설이 아니라 정통 소설이다. 굳이 사족을 곁들이자면 <21세기 신소설>이다.

 

(3) 대학생 때부터 뉴욕타임스에 기사를 기고하고, 이어 한국의 영어신문사에 들어가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안 선생은 이름난 영어의 귀재였다. 그러다 어느날 소설을 들고 작가로 데뷔했다. 오랜 번역가에서 작가로 변신했다. 그의 작품에는 숱한 명작 번역을 통해 쌓은 내공도 녹아 있다.

 

틈만 나면 낚시를 떠나신다던 안 선생은 요즘도 낚시를 거르지 않으신다고 한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라고 말한 사람은 당송팔대가인 구양수였다. <솔섬>을 읽으니 안 선생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노년에 어떤 경지에 오르신지 짐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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