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 바다여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0
아이리스 머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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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 우에키 리에 -  

 

'결혼이란 너무 많은 참혹함을 수락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세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결혼한 다음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지저분해지고, 추해지고, 매력을 잃는가. 나는 다만 그 참혹함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며 기쁨을 얻기 위해서 때때로 그 참상을 머릿속에 그려본다.--80

 

성공한 유명 연극인이었던 찰스는 은퇴 후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첫사랑 하틀리와 재회한다.

번잡한 도시와 화려하게 가면속 연예계 생활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바다 수영을 만끽하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자 했던 평화가 파탄나는 순간이다.

어쩌면 가장 순수하게 사랑했을지 모를 첫사랑의 여인.

자신을 무참히 버렸던 그녀는 비쩍마른 몸에, 얼굴은 쭈글쭈글한 주름 투성이에 화장조차 제대로 먹어주지 않고, 옷차림새 마저 후줄근한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늙은 노인의 모습으로 그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10대와 20대를 통틀어 사랑했던 첫사랑의 그 사람을 세월이 제법 흐른 후에 우연히 만났다.

 

"잘 사니?"

"그럭저럭. 너는?"

"늙어서 애 키우느라 정신없이 산다."

 

'그는 행복하지 않다.'

 

찰스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 그녀의 결혼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듯이 나 역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 그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란 착각에 빠졌다.

왜냐하면, 나의 결혼 생활에 그닥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결혼이 불행하니 그의 결혼도 불행하지 않을까? 아니야, 그는 지금 불행해.

 

나와 찰스는 어디가 다른가?

우리는 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을까?

 

찰스는 왜 자신에게 무조건 적으로 헌신하며 사랑해 준 클레멘트와 로시나, 사촌 제임스를 신뢰하지 않았을까?

 

'인간의 허영과, 질투와, 탐욕과, 비겁함은 다른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치명적인 원인들의 구덩이를 파놓는가.'-387-

 

쉽지 않는 소설이다.

묵직한 소설이다.

나의 허영과 질투, 탐욕, 비겁을 돌아 본다.

 

나는 불행했던 날들보다 행복했던 날들이 더 많다.

 

 

___한우리 북카페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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