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세계평화 VivaVivo (비바비보) 21
모리스 글레이츠먼 지음, 최설희 옮김 / 뜨인돌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평범한 우리들의 10대 소년들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우리집 10대 두 아들에게 물어본다.

"큰아들, 넌 요즘 관심사가 뭐냐?"

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나 머리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한 멍한 눈빛의 중학생 소년이 답한다.

"그런거 묻지 마세요. 중간고사 때문에 아무 생각도 없으니까!"

"둘째, 너는 주요 관심사가 뭔공?"

대답은 커녕 엄마가 뭔 말하는지도 모르고 폰에 코빠뜨리고 있는 걸로 봐서 12세 소년은 폰이 주요 관심사인 모양이다.

"뭐고? 나도 좀 알자."

그렇게 몸싸움 비숫하게 넘겨다 본 폰의 내용인즉슨 친구가 이웃학교 짱 무리들에게 한대 맞았는데 그 학교로 찾아가서 갚아주야 할 것인가, 말것인가, 그러다 생활기록부에 남으면 어쩔라고 그러느냐, 그냥 두면 걔들이 우리 학교를 우습게 보느니마느니, 그럼 어느 PC방서 만날거냐 말거냐.....

 

그래, 내가 아는 10대 소년들은 이렇다.

 

'내꿈은 세계평화'의 주인공 벤의 친구들처럼 야한 잡지를 돌려보면서 화장실에서 시간을 좀 보내주는 것, 벤의 누나처럼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여드름과 패션에 신경쓰는 것, 학원과 성적 때문에 괴로운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세계의 절반이 왜 굶주리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단다.

그것도 정육업자의 아들이 말이다.

핵무기, 전쟁, 기근, 환경오염에다가 남미의 인권과 정치문제까지.....

 

이런 난감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부모들이 취하는 가장 많은 방법이 바로 '용돈끊기', '외출금지', '폰 압수' 뭐 이런거 아니겠어.

보통의 10대들이라면 이정도에서 벌써 무릎을 꿇을텐데, 보통의 10대라면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 벤은 다르다.

이제 그 아름답던 금발 머리도 빡빡 밀고, 사람 많은 곳에서 누드 시위에 돌입한다.

이쯤되면 마지막 카드인 '무시하기' 작전도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

 

10대 소년에겐 너무도 위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좌충우돌했던 우리의 주인공 벤은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었을까?

 

당장 눈앞에 닥친 '내가족 먹여 살리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을 전쟁을 치루며 살아가고 있는 벤의 아버지 론처럼 살고있는 나는 10대 시절과 20대의 그때, 과연 어떤 꿈을 꾸고 살았던가? 

 

론이 꿈꾸는 세계 평화를 위해 몸을 날리던 시절의 가슴 뜨겁던 열정을 잊어버린채, 오래된 사진첩에서 조차 찾아내지 못하는 벤의 부모와 같이 꿈을 잊어버리고 살진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론의 위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된 것도 아니니, 론에게 부끄럽다.  

 

아, 우리는 왜 '세계의 절반의 굶주림에 대한' 벤의 질문에 답은 커녕, 그런 훌륭한 생각을 하는 기특함에 대한 칭찬 조차 해주지 않는 것일까?

 

책의 결말이 황망한 것은 사실이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라는 속담이 생각난다고나 할까?

 

하다못해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도 한 권 사다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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