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르는 천사의 빵
타이라 미즈키.우사미 후사코 지음, 이정훈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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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온 나에게 주신 시부모님의 정성 한 그릇.

뽀얀 국물의 가물치 탕이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좀 있다.

특유의 민물 생선 비린내.

으....십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헛구역질이 날 것 같은....

 

그땐 그게 얼마나 두 분의 맘과 정성이 담긴 것인 줄을 몰랐다.

돈 아끼지 않으시고, 한 겨울에 시장에 가서 직접 사오시고, 두 분이서 밤을 세워 온 정성을 다해 달여주신 보약이었다.

게다가 당신들의 딸이 아이를 낳았어도, 큰며느리가 장손을 낳았어도 해주지 않으셨던 가물치인데 내가 이 집안에서 유일한 수혜자였단 사실은 그런 성의도 모르고 비린내 타령이나 하면서 투덜거리며 억지로 먹고도 몇 년이 지나서였으니.

 

두 분의 정성 덕분으로 나는 아이를 셋이나 낳고도 산후병 없이 이렇게 튼튼하니, 지금 생각으로는 그런 두 분의 정성 덕분이다 싶다.

 

누군가 나만을 생각해서 온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먹게 된다면,

먹는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가장 좋은 재료와 가장 좋은 환경에서 만든다면,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을 만드는 사람도 온몸에 고통을 달고 사는 사람인데,

아픈 나를 위해 아픔을 참아가며 만들어 주는 음식이라면,

보는 것 만으로도 아깝지 않을까?

 

그런 정도의 정성이라면 3년은 기본이고, 6년도 아니고, 9년 정도는 너끈히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천사의 빵, '타이라 미즈키' 씨가 만드는 빵을 사람들은 진짜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한다.

전신마비를 이겨낸 것만으로도 인간승리이며 기적일텐데, 그는 자신의 빵을 먹을 사람들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직접 물을 긷고,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가정용 오븐에, 한 번에 딱 한 사람의 빵만 굽는단다. 그것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이런건 영화에나 나와야 하는 이야기 아닐까?

 

카나가와 현 카마쿠라 시에서 오늘도 9년 쯤은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빵을 기다려 줄 고객들을 위해 아픈 몸을 잊기 위해 열심히 빵을 굽고 있을 타이라 미즈키와 그의 아내 우사미 후사코와 그들의 천사 류우세이가 전하는 절망을 이겨낸 긍정의 향기에 취해본다.

 

그들이 나르는 행복한 '천사의 빵'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그들의 블러그를 방문해보시길...

http://gateaudan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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