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공부 패러다임을 바꿔라 - 수능에서 만점 받는 언어 학습 전략
이기정 지음 / 사피엔스21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중학교 국어교사다. 새 학기가 다가오면서 올해 국어 수업은 좀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동안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자료와 활동 기회를 학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어 수업을 이끌어 왔다. 가능하면 학생들이 국어를 재미있는 과목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서 궁극적으로 국어 실력을 높이는 것이 내 수업의 목표였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막연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은 국어 교사에게 수업의 명확한 방향과 목표를 인식하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쓸데없는 ‘삽질’을 과감하게 줄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책을 많이 읽으라고 침이 마르도록 강조해놓고는 그 귀한 수업시간을 몇 쪽짜리 교과서 본문 분석으로 다 써버리고 책은 집에 가서 읽어오라고 하는 그런 수업을 탈피해볼 생각이다. 일주일 4-5시간이나 되는 국어 시간을 독서에 아낌없이 제공하며 수업을 방기하고 있다는 불안에 떨지 말아야겠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철저히 학생들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수능 학습 전략을 제시한 책은 수도 없이 많다. 다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책들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면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는 방법론을 무수히 나열하고 십계명처럼 그것들을 다 지켜야만 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물론 다 지킬 수 있는 사람 거의 없다. 그렇다면 만점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독종이거나 초인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몫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 책의 방법론은 매우 단순하다. 독서와 수능 기출문제 풀이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그것은 평범한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입시의 지배를 받는 고등학교에서의 국어 수업을 허접한 문제풀이로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야 학생들 역시 쓸데없는 ‘개고생’을 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광범위한 독서와 수능 기출문제 풀이 훈련만으로도 만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사실일까? 그게 사실이라면 언어영역 말고도 공부할게 산더미와 같은 학생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 결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최소 5년 이상 문제풀이만 한 집단과 독서만 한 집단의 언어 영역 점수 비교를 해봐야 아는 것 아닐까?


이 책의 저자가 쓴 두 권의 책이 더 있다. <학교 개조론><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이다. 나는 이 책들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그 내용과 주장의 올바름이나 명쾌한 논증력때문이 아니라 책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학생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교사치고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애정만 가지고 학생의 입장을 이토록 철저하게 대변할 수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자가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더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학부모로서 이 책을 접했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좀 더 편하게 대학을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평범한 학부모의 소박한 소망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음이 참 편해졌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우리 아이의 손에 재미있는 책 아무거나 집어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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