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는 길목에서
향기바람이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떤 게 제일 부러운지 알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이.”
“못 해 봤거든. 듣지도 못했고.”

―사랑하면서 그걸 표현할 줄 모르는 여자, 유주연.

“사랑은 무슨. 그냥 서로 잘 맞는 것 같으니까. 결혼이 뭐 별건가.”
“그런데 내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웃어 주는 거, 싫다.”

―사랑하면서 그게 사랑인 줄 모르는 남자, 정이환.

사랑이란 게 꼭 불처럼 뜨거운 줄만 알았는데,
알게 모르게 깊숙이 스며든 이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5년 차 부부의 평범한 일상 속 어딘가에 감춰진 ‘사랑’ 찾기.

“넌 자꾸 날 피해. 내 시선도 피하고 대화도 피하고.
이제는 손길까지 피해 버려. 우리 사이, 뭔가 잘못된 거 맞지?”
“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같이 살기 싫어졌어요.”
“난 절대 이혼 안 해. 너도 그 생각은 그만 단념했으면 좋겠어.”

 

네가 오는 길목에서, 이번에는 내가 기다릴게.

 

사랑하지만, 희망고문만 같은 그의 미소에 순간순간 다시금 반하면서도 용기를 낼 수 없던 그녀 주연.
처음 만남은 친구의 남자친구였다.
짧은 기간이였고 친구가 먼저 이별을 고하고 다른 이와 결혼을 해 떠났지만
그래도 친구의 전 남자친구였다.
그런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
소심한 성격에 말도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지만 많이 사랑했다.
그래서 그의 갑작스런 청혼에 그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 달콤했던 꿈같던 그 기분은 결혼식 당일 무너졌다.
사랑까진 아니였어도 앞으로 사랑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꿈조차 꺾였다.

 

조용조용한 성격도 비슷하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함께있는 게 편안해 결혼하자 했던 그 이환.
전 여자친구의 친구였지만 도서관 근처에 살던 그녀와 자주 마주치고 인사를 건네고
조금씩 가까워지고 편안함을 느껴 무작정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결혼식을 찾은 친구에게 치기어린 객기로 사랑이 아니라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며
생각없이 내뱉었던 말이, 뒤늦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다.

 

결혼 5년 차 부부 이환과 주연.
대형로펌 변호사인 이환과 학원강사인 주연은 항상 바쁘다.
둘 다 조용한 성격탓도 있지만 다투는 일도 없었고 무난한 부부였지만 그들에겐 항상 거리가 있었다.
5년이라는 결혼생활을 보내며 주연은 점점 지치게 되지만
이환은 그저 주연이 일이 고되고 아픈 아버지 걱정에 그러는 줄 알았다.
주연의 친구였던, 이환의 전 여자친구였던 라희가 이혼을 하고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잔잔하고 무난하게만 보였던 두 부부의 생활은 격랑을 맞게 된다.
이환의 마음을 알 수 없었고 믿음도 없던 주연은 쉽게 흔들린다.
자신의 사랑만 믿기에 주연은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주연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라희와 술자리에 있던 이환으로 인해 주연의 살얼음은 깨지고 만다.
둘만의 술자리가 아니였음도, 사적인 사리가 아니였음도 알게 됐지만 이미 상처를 받았다.
상을 치루고 얼마 후 주연은 이환에게 이혼서류를 내민다.
처음으로 당사자에게 제대로 내맽어 본 사랑한다는 말을 이혼을 하자며 내뱉었다.
그제서야 이환은 뒤통수를 맞은 거처럼 주연에 대한 마음을 제대로 깨닫는다.
그저 조용하고 무난해 편안하다고, 절대 부부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혼이라니.
사랑인 줄 몰랐기에 말로 내뱉지 못했지만 분명 주연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도 주연과 연애 아닌 연애를 하던 그 시기에 이미 시작을 했는데 바보같이 몰랐던 거다.
지난 5년의 결혼생활동안 주연이 힘들어했음을 안 이환은 이제서라도 바로 잡으려 하지만
주연은 매몰차게 거절하고 시골집으로 내려간다는 쪽지만 하나 남긴채 숨어버렸다.
이내 이환은 주연을 붙잡고자 주연이 간 시골집으로 찾아가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5년이라는 시간을 희망고문처럼 보냈던 주연이예요.
날 사랑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데, 한번씩 다정하게 웃어주는 그 미소에 자꾸 희망을 걸었죠
아이도 없어 각자의 생활이 주였던 부부에게,
진심조차 전할 수 없던 5년이라는 시간은 참 길었을 거예요.
일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단둘의 시간조차 제대로 보내지 못했으니까요.
그 긴시간동안 원망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기에 버텼을 그 시간들이 참 안타깝더라구요.
조금만 용기를 냈더라면 그들의 관계가 조금은 거 빨리 개선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이미 사랑하고 있었으면서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이환에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래도 라희의 수작질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대처하니 듬직한 남편이기도 했네요.
비록 5년이라는 시간을 헤맸지만 잔잔하게 보였던 부부의 살얼음이 드디어 깨지고
단단한 땅이 되었으니, 사랑한다 전할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죠.

 

악조가, 그것도 친구 혹은 옛연인이 나타나 휘두르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환이 너무 단호하게 쳐내니 그렇게 거슬리진 않더라구요.
주연을 짝사랑한다는 동생 친구 지호가 중간중간 등장하긴 하지만
역시나 이환이 매몰차게 처리해 그닥 둘의 문제에 해를 끼치지도 않았구요.
둘의 아슬아슬한 감정들이 금방 마무리가 되고 나니 책의 3분의 2쯤 분량이 끝났는데요.
남은 부분들이 그저 에필로그 같은 달달함들로만 채워지니 조금 지루하기도 했어요.
화해를 하는 그 부분들까지 정말 너무 몰입해서 봤는데 그 뒤는 설렁설렁 해지더라구요.
뒷심이 부족했던 게 너무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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