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바람의 그림, 고려불화'는 불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이 도식화하여 한 번 더 정리되어 있어 보기 편합니다.
고려 불화를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감상하기에 좋은 지표 같은 책입니다. 정말로 아주 훌륭한 강의를 들은 기분이에요.
삼색과 금니를 사용해 그린 고려 불화들은 사진으로 보아도 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수월관음도'의 그레이션으로 표현된 바위는 정말 놀라워서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지장보살도'의 투명하면서도 빛나는 보주의 모습도 너무나도 신비롭고 놀라웠습니다. 투명함을 표현하다니. 평면인데 평평하지 않으며 그림인데 광채가 느껴집니다. 어떻게 그려낸 걸까 싶을 정도로 세밀한 그림이라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당시의 복식 문양들을 그려냈다는 점도 재밌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불화를 보면서 고려인의 의복을 자꾸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고려불화의 특징뿐만 아니라 고려불화에 담긴 동물과 식물, 사물, 보석 등의 의미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시구절과 그림이 함께 있어 흥미롭고 이해하기도 편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불화에 담겨있고 또 모두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그려졌다는 게 신기하네요.
책을 읽기 이전에는 불화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터라 불화를 보아도 종교적인, 재미없는 그림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불화에 담긴 상징물(동식물과 사물들)에 관한 설명이 후반에 있어 다 읽고 다시 책을 펼치니 그저 그랬던 불화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군요. 안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니 그 옛날 고려인들이 무슨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고려 불화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왜 몰랐을까요? 괜히 지나버린 시간들이 아쉬워지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꼭 책을 두 번씩 천천히 보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