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en
정철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글자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상상의 날갯짓

이 작품은 스토리 전개를 오로지 그림만으로 이끌어간다. 만화는 영화나 에니메이션처럼 보여주는 것에 따라가는 수동적 감상과 다르게,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에 보여지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컷과 컷 사이에 독자의 상상력이 작용한다는 만화의 장점을 뛰어난 솜씨로 백분 활용하고 있다. 거기에 사실적인 묘사와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 및 캐릭터, 세세한 연출이 든든하게 뒷받침하면서 자칫 대사에 묶일 수 있는 감정의 흐름을 넘어 독자가 마음껏 이야기를 더하고, 흐름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섬세한 상상력이 빚어낸 보기 드문 수작

중심인물의 꿈을 하나의 장으로 묶는데, 깊이 있는 상징성을 내용으로 하면서 흑백반전을 통해 확연히 구분하는 것도 작가의 독특하고 배려 깊은 장치이다.
세밀하고 사실적이면서도 과감한 필선은 작가의 꼼꼼하면서도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하기 위한 고된 노력을 보여준다. 꼭 필요한 대화장면에서 말풍선에 글자 대신 아이콘 식의 그림을 넣은 것도 보는 이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다.

 

떠나버린 천사, 갇힌 날개의 시선

현재의 세상이 가지고 있는 악마적인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시골 노인으로 대변되는 순수함, 또는 날개로 상징되는 개인의 마음속 善이 어떻게 짓밟히고 무너지는가를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노인1이 날개를 숨긴 채 여행을 하고, 노인2는 노인3이 상품이 되어 결국 죽는 장면을 본 후 스스로 날개를 잘라버리는 장면들은 보는 이들에게 깊이 각인 될 것이다.
노인들에게 날개를 준 생물의 사체를 해부하고, 복제 실험하는 사실적 묘사도 쉽게 잊혀지기 힘든 장면이다.
마지막에 노인1이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는 복제실험자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기며, 뒷이야기를 독자 스스로 이끌어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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