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자인은 다 다르다 - 유럽의 길거리에서 만난 그래픽 디자인 ㅣ 디자인은 다 다르다 1
황윤정 지음 / 미술문화 / 2013년 8월
평점 :
최근 대입에서 '한국사' 과목이 필수로 지정된 것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고 간다. 뉴스에서는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학생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암기과목이라 학습 부담이 커질 것 같다 걱정이다"라는 그 말을 받아 적는다. 학력고사 세대라면 모를까, 현재를 살아가는 고등학생 조차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다니.
역사 공부란 결국 "왜?"와 같은 능동적인 물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은 왜, 어째서, 무슨 상황이었길래 그러했던 것인가. 거기서 얻은 성찰과 반성을 되새기며 현재와 미래를 사는 것. 그게 역사를 배우는 이유 아닌가.
디자인 카테고리에 속한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뜬금없이 역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책이 그만큼 (보기 드물게) 인문학적 관점에서 씌여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처음 물음을 갖게 되고, 연구를 진행하고, 한 권의 책으로 귀결 짓는 과정이 역사를 배우는 올바른 과정과 정확히 겹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각디자이너로서 유럽 답사를 진행하며 가졌던 작은 의문, "왜 하나의 땅 덩어리에서 국경을 맡대고 있는 유럽 안에서도 디자인은 다 다른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귀납적 여행을, 폼 잡지 않고 담담한 문체로 풀어냈다.
간략히 정리한 '유럽미술사'라고 해도 무방하고, <유럽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DVD 코멘터리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는 책. 저자 덕분에 유럽 한 바퀴를 반나절 만에 여행했으니,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