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71
나해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1월
품절



내가 그 여자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고
어젯밤 아내가 말했습니다
소리없이 웃었던가요
쓸쓸한 일이지요

처자 있는 사람이
젊은 여인과 친구가 되어 연인이 되어
그 시절을 견디었지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던 때였던가요

참담한 고통과 지극한 기쁨이
따가운 햇살과 서늘한 그늘처럼
함께했지요
불같이 뜨겁고 얼음처럼 차가웠던가요

가을은 가고 또 오는데
귀 밑에 늘어난 흰빛과
먼 하늘 바라보는 그림자 데리고
아직껏 길 위에 서 있네요



-3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