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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발명 :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 (양장)
안드레아 울프 지음, 양병찬 옮김 / 생각의힘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869년 9월 15일 뉴욕타임스의 1면 전체는 어떤 이의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래? 19세기에 나폴레옹만큼 유명했다던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가 그 주인공이다.
찰스 다윈은 "훔볼트가 없었더라면 비글호를 타지도 않았을 것이고, <종의 기원>을 쓰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고,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탐사하면서 "나는 오직 훔볼트만을 배우기 위해 이 곳에 있다. 그는 내가 알아야 할 것을 비춰주는 태양과 같다"라고 했고, 괴테는 "훔볼트와 함께 하루를 지내며 깨달은 것이, 나 혼자 수년 동안 깨달은 것보다 많다"라고 했을 정도니, 이것만 보아도 대단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훔볼트는 1799년에 남아메리카 탐사를 떠나 당시 유럽과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했던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돌아와 일약 유럽의 스타가 되었다. 그후 나이 60이 되어서도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오지까지 들어갔던 위대한 탐험가였고, <코스모스>, <신변기>, <자연관> 등 수많은 저서를 남긴 과학자, 철학자, 사상가였다.
그는 자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개별적 사건으로 보지 않고, '생명망'(Web of life)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로 해석했다. 자연에 대한 그의 통찰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졌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개념이었다. 어찌 보면 그는 '자연'을 발명한 셈이다. 이 책의 제목도 그래서 '자연의 발명'인 듯 싶다.
훔볼트는 19세기 지성사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었다. 다윈과 괴테만이 아니라, <월든>의 소로, 미국 자연보호 운동의 개척자 마이클 뮤어, 진화론의 확산에 기여한 에른스트 헤켈, 그리고 워즈워스, 에드가 앨런 포, 푸시킨, 쥘 베른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과학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고, 근대 지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며, 생태와 자연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으며, 오늘날 유행하는 인포그래픽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를 최후의 르네상스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위인을 만나는 재미가 솔솔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 안드레아 울프는 책상에 앉아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훔볼트의 발자취를 따라 침보라소에도 오르고 오리노코강을 따라 탐험했으며, 다윈이 소장했던 훔볼트의 책을 직접 찾아 다윈이 메모했던 내용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이 책에 공을 들였다. 술술 읽히는 이 책이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너무나 당연할 정도. 훔볼트를 다시 읽어야 할 거창한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이 책 자체만으로도 정말이지 큰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