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 불안과 혐오의 경계, 50일간의 기록
김지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을 모두 읽기 까지는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쉬지 않고 읽은 건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요새 나를 포함한 전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코로나’에 대한 책이었기도 했고,
어렵지 않게 써서 그런지 책이 술술 잘 읽힌다.
이 책은 저자가 코로나 양성판정 통보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처음의 그 당혹스러움과 긴박함이 상상이 갈 때쯤부터 이내 책에 빠져들고 만다.
평소 ‘내가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특히 결혼식이나 모임에 간다던지 하는 등의 혹시나 하는 찝찝한 마음이 들 때 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일단 동선은 어떻게 되었나 확인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얘기하고, 병원에는 뭘 챙겨가고... 등등 생각하다 이내 ‘아 몰라. 설마 내가 걸리지 않겠지’ 라고 걱정을 떨쳐내 버린다.
내가 만났던 주변 지인들에게 어떻게 얘기할 것이고,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개인 방역을 가능한 신경 써서 해온 나를 가족 외에 안타깝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에게 원망을 받을지...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코로나 확진자로서의 간접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와 관련된 기사들의 댓글들을 보면 대부분 확진자에 대한 비난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나도 일부 종교인이나 클럽 등의 유흥시설 이용자들에게는 화가 나서 비난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는 한다. 그렇게 댓글들을 쭈욱 일다 보면 ‘어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댓글들도 눈에 많이 띈다. 가능하면 조심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며 살아야 하는건 맞는데.. 자기의 개인방역 기준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댓글에서 처럼 본인들은 정말 직장과 집 외에서는 사람을 안만났는지도 궁금하다;;)
이렇다보니 코로나 병에 걸리는 건 크게 걱정이 안되는데, 확진자로 낙인이 찍혀 받게 될 사회적 지탄들이 두렵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저자 역시 주변에 코로나 확진 사실을 알리면서 많은 지탄을 받았다. “어쩌다 걸렸어”, “조심 좀 하지” 걱정인 듯 걱정 아닌 걱정 같은 지탄들.. 병에 걸린 저자는 특별히 잘못을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통화를 할수록 죄책감에 빠져들고, 이내 죄인이 되어버린다.
가족에게 전염병을 옮기는 죄인.. 회사에 전염병을 옮기는 죄인.. 지역사회에 전염병을 옮기는 죄인..
완치 판정을 받고 사회에 나와서도 저자를 반기는 곳은 많지 않다. 심지어 직장에서는 퇴사 권고까지 받는다. 저자는 밝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냉담한 사회의 시선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후유증이 남아 몸은 힘겨운데, 차가운 사람들의 시선과 손가락질을 견뎌내는 건 더 힘들 것 같다.
일부 일탈과 방탕으로 인해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도 있기도 하겠지만, 대다수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일반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다. 운이 좋지 않아 확진이 되었던 피해자들을 더 이상 지역사회를 감염시키는 병균인 마냥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야겠다.
그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이 책의 저자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죄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명확한 건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 하나인데, 주변인들은 자신을 잠정적 피해자로 여기며 나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듯했다. 그들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전화 너머 내 귓속을 파고드는 그들의 말은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 P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