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소호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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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좋아해서 미안합니다." 내 모든 사랑의 귀결이다.

이소호 시인의 에세이라니, 게다가 사랑의 실패작들에 대한 이야기라니, 내가 안 읽을 수가 있을까.

기분이 묘하다. <캣콜링>을 읽었을 때도 그렇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를 읽을 때도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지질하고 지랄맞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나만 이렇게 늘 지나간 자리마다 폐허가 아니라서. (여전히 이런 부분들이, 타인을 통해서 안도감을 느끼는 부분들이 최악이라고 느끼지만 나는 그냥 이런 부류의 음침한 사람이다.)

나는 금사빠이자 또 금사빠이다. 금방 사랑에 빠지고 금방 사랑에서 빠져나온다. 다행히 이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잘 살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몇몇 얼굴들을 오랜만에 꺼내 본다. 거기 그대로 늙지 않고 있는 얼굴들을 떠올리며 눈알을 굴려본다.

책을 덮어도 모르겠다. 여전히 잘 모르겠는 것들 투성이에서 굳이 온점을 찍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찌됐든 다름 사랑도 나는 금방 사랑에 빠질 것이고 금방 사랑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또 실패를 할 것이고. 그런 것들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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