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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조셉 콘래드 지음, 원유경 옮김 / 이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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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고 방대한 책은 읽을수록 빠져든다. 중점적인 스토리는 세 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주인공 올마이어의 입장과 그의 아내의 입장,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딸 니나의 입장. 각각의 입장마다 발생한 사건을 받아들이는 결이 다르다. 나는 이 스토리의 연장선으로, 사회적 이슈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바로 인종차별에 대한 것이다. 더욱 섬세한 디지털화가 일어나며 그 부분이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무분별한 차별은 여전히 세계 속에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여성 인권에 대한 것조차,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올마이어의 어리석음’은 몇십 년이 지난 내용이지만 당시의 (여전히, 아직도, 우리 사회에 녹아 있는) 예민한 사회적 이슈들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기도 하다.

나는 올마이어의 끝도 없는 욕심 속에서 결국엔 절망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결말로 다가갈 수록 그는 결국 소중했던 것을 잃고야 만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토리의 중간까지만 해도, 아니 막바지에 이르러서까지도.. 나는 올마이어가 절대로 불쌍하거나 어떤 일말의 동정심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서 든 느낌은, 괜히 씁쓸함이 감돌았다. 현실적인 결말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인지, 올마이어 개인의 탐욕스러움 보다 당시의 사회에 더 분노한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실에서도 올마이어는 명예를 얻어도 만족하지 않고, 눈을 가린 채 잘못된 사랑으로 딸을 묶은 채 앞으로 계속해서 끌고 나아갔을 것이다. 그 끝이 절벽인지도 모른 채.

책을 읽으며 올마이어가 요즘 현대인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sns와 소문들로 눈을 가린 채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진실들을 외면하는 지금의 현대인들 말이다. 과연 그럴 것이, 내가 올마이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을 때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라고 그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욕심에 짓눌려 다른 것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예와 돈을 위해 귀를 막은 채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마주하는 문제들은 비슷하다.

우리가 과연 올마이어를 어리석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표지를 처음 봤을 땐, 밝은 느낌이 들면서도 어딘가 씁쓸했는데, 책을 덮은 후 다시 보니 역시나 고독감이 아주 지배적으로 느껴졌다. 혼자 놓여있는 카누, 덩그러니 놓인 가옥. 올마이어 안에 쌓여갔을,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고독감이 느껴졌다. 무절제한 탐욕으로 어느 것도 손에 넣지 못하고 소중한 것 또한 모두 잃은 채 혼자 남은 올마이어. 참으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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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지른 이를 감싸는 행위는 우정이라 할 수 없네.때로는 내칠 줄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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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죠.사람들은 자기가 다 안다고 믿어요.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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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8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답 대신 그녀는 마주 앉은 채 작은 손으로 내 등을 두드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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