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와 전쟁 -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운명과 3천년의 전쟁사
윤성학 지음 / K북스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지리와 전쟁 -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운명과 3천년의 전쟁사"는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고대 중앙아시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에서 이루어진 전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지리는 단순히 위치와 기후에만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으며 특히 국제 관계에 있어서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중앙 아시아는 그 중에서도 심장 지대에 위치한 곳으로 강대국의 온갖 관심을 받아오며, 피를 묻혀 온 땅이다. 이 책에서는 과거에서부터 중앙 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소가 전쟁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어떠한 강대국들이 어떤 전략을 통해 이 곳을 탐하고자 했는지를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서술한다. 수많은 강대국이 이 곳에서 전쟁을 하였고, 무력 전쟁뿐 아니라 외교 책으로서도 계속 이 곳을 주시하고 있는데, 이에 관련한 군사 전략과 안보 정책 등까지 살펴볼 수 있어 역사, 지리, 정치 모두를 아우르는 책이다. 물론 3천년의 긴 역사, 심지어 수많은 이해 관계 속에서 일어난 전쟁사의 모든 면모를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기에는 이 책이 부족할 수는 있다. 전쟁은 너무 많은 이해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또는 우발적이고 사소한 요소에서 시작되기도 하는데 이를 학문에서 다루고자 했을 때는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국제적 관점에서, 큰 관점의 지정학에서 살펴 보다보니 중앙 아시아 그 자체의 문화, 관습, 역사적 요소에 대한 영향은 비중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의가 있는 것은 학제적인 지정학에 초점을 두어 설명하다보니 다양한 관점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조금 풍부한 시각으로 고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 아시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중앙 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알아갈 수 있어 좋을 듯싶다.  

중앙 아시아는 종교, 문화, 종족 차원에서 이질성이 높으며 정치적 분열이 잦았던 곳이다. 강대국에 둘러쌓여 강대국의 교차로이자 중립지대인 이 곳은 고대에서부터 다양한 국가들의 침략을 받거나 전쟁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근대에 와서도, 영국의 그레이트 게임부터 소비에트와 미국의 전략전,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의 줄타기 등 주시를 받는 곳이다. 과거의 역사는 체험해보지 않았기에 이 책을 참고하여 이해하기 좋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부분을 더 소개하고, 책에 대한 소감을 끝으로 글을 갈무리하려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요즘은 관심이 다시 사그라들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국제 분쟁이며, 하루 빨리 끝나야 할 아픔이다. 이 전쟁은 국제 관계에서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여 시작되긴 했지만, 그 바탕에도 지정학적 요인이 깔려 있다. 러시아(푸틴)의 유라시아주의가 나토를 적대시하고 중앙아시아를 다시 러시아에 복속시키고자는데, 이 러시아의 독단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전쟁이 단순히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더 나아가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교류가 증가하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전쟁으로 러시아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지금, 중국의 유라시아에서의 패권적 지위를 도모하는 길리고 있다. 이미 중국산 생필품은 중앙아시아에 널리 퍼졌고, 중국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리고 이는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균형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지정학적 요소는 단순히 전쟁의 배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며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요인이 변화하기도 하는 점이 세계를 바라보는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  

이 전쟁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지정학적으로만 분석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을 이 책에서는 언급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의 지정학적 요인으로 받아온 중앙아시아의 전쟁의 역사에 맞서, 정체성의 전쟁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단순이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의 안보 불안이라는 표면적인 지정학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오히려 나토의 동진 의사는 없었으며, 우크라이나의 단독적 결정도 없었다. 현대의 지정학적 근거가 아닌 근대, 소비에트부터 내려오는 러시아의 정신, 유라시아주의로 푸틴의 열망이 전쟁으로 드러난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이에 맞서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전쟁으로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아픈 현실이 실현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가치가 상승하고 경제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단순히 무력과 전쟁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현대의 국제 관계에서 외교 정책을 통해 새로운 지정학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끌어가는 중앙 아시아가 앞으로는 거대한 중국에 맞서 어떠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부분이다.  

이 책은 중앙 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인으로 일어나는 전쟁들을 분석하고 설명했지만, 지리결정론을 부정하면서 맺음하고 있다. 인간의 삶 지리에 의해 좌우되고 전쟁 또한 지리적 특성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일부 맞지만,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이루는 사회에서 한 가지로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은 없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지리적 요인의 영향을 극복한 사례를 보여주며 독자가 지정학 요인만 바라보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열강의 경쟁 무대였지만, 그 자체에서도 크게 발전하고 번영한 제국을 소개하며, 지정학적 요인 또한 그 국가가 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는지에 따라 다른 국면을 초래한다는 점을 밝힌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이지만, 결국의 세계 열강의 이해 관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또한 더 넓은 시각에서 하나의 시각(지정학)으로 매몰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좋은 안내서였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대한 견해도 살짝 남겼다.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강성한 세력이 일어나면 지리는 약점이 아니라 축복이 된다. 한반도는 바다와 대륙을 통해 어디든 손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p,358). 우리나라는 이웃국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여러 전쟁이 있었으며, 삼면이 바다라는 요건으로 더 먼 타국과의 교류의 길도 있었다. 성장한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의 전쟁의 무대가 되기도 하고, 중앙아시아처럼 민족적인 문제로 얽혀있지는 않지만,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던 나라이다. 힘없는 약소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여 세계를 무대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강력한 국력과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지정학에 맞는 외교 정책을 통해 지리적 약점을 축복으로 승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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