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나는 선천적으로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떡잎부터 남달랐다고나 할까. 내 여동생은 아기 때부터 어디서나 잘 잤다는데, 내가 아기 때는 자는가보다 싶어서 살포시 내려놓으면 금세 울어버리고 키우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그 뒤에도 난 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일찍이 했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잘 받는 편이었으며, 손에 땀이 자주 나는 다한증도 생겼다. (교감신경이 남들보다 더 잘 활성화되는 게 아닐까)

모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향도 아니었다. 사람이 많을수록 나는 에너지 소모가 심했고 늘 다른 이들의 감정을 살피느라 급급했다.

또, 나는 어렸을 적 생각이 많아 행동은 느린 편에, 비극적인 스토리를 포함한 소설도 많이 읽었고, 슬프고 감성적인 음악부터 특이한 음악까지 다양하게 많이 들었는데, 이런 나를 아버지는 잘 이해하지 못하셨다. 아버지는 아주 현실적이시고 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분이셨고, 나는 종종 비현실적인 생각을 즐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했기에 아버지에게서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과 상처를 많이 받으며 자라게 됐다. 자라는 환경에서 눈치를 많이 봤다는 점도 내 예민한 성향을 더 키운 듯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서로 다르다는 걸 이해하고 아버지도 많이 유해지셨지만 말이다)

그 뒤 대학생이 되고 다양한 경험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성격도 조금은 변화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평범하게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남들과 난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뭐가 다른 걸까, 왜 가벼운 얘기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걸까, 왜 남들보다 에너지 소모가 심한 걸까, 왜 이리 생각이 많고 복잡하게 세상을 보는 걸까, 왜 남들의 감정에 이리 예민한 걸까, 나한테는 형언할 수 없는 풍부한 감정, 마음이 있는데 다른 이들은 뭐가 그리 간단한 걸까. 또, 20대 초반을 지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명상도 하고 책도 더 읽고, 많은 성찰, 사유를 하기도 했는데 인생, 내가 사는 세상,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은 끝이 없었다. 과학, 물리에 관한 책을 읽고 우주에 관해 알수록 더 이 세상의 본질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고. 철학, 심리학 책들로 깨달음을 얻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예민한 성향, 심리 관련 책들을 읽으며 나 자신을 더 이해하고, 명상도 하고,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 생활 패턴 등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면서 전보다 더 안정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여전히 나에게 맞는 진로 고민부터 해서 많은 게 혼란스럽고 노력할 게 많은 20대이지만 말이다. (나 자신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이 세계, 인류 사회, 세상 전체에 대한 고민을 포함해서^^;)

그런 노력의 과정에서 – 읽으려고 벼르다가 드디어 읽게 된 『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이 책은 이미 어머니가 읽으셨던 걸 본 적이 있지만 나는 이번에 새 개정판으로 접하게 되었다. 모든 예민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완벽히 공통적인 증상, 경험을 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예민하거나(HSP_Highly Sensitive Person)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공감할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크게 PART 1,2,3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왜 그런 걸까 : 당신이 유난히 생각이 많은 이유

PART 2 세상 사람은 둘로 나뉜다 : 생각이 많은 사람 vs. 보통 사람

PART 3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생존전략 : '유별난' 사람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내가 이 책에 대해 놀란 지점은, ‘나는 남들과 뭐가 다른 걸까, 왜 난 이런데 남들은 안 그렇지?’라는 질문에 대해 PART 2에서 너무나도 명쾌한 답을 주어서였다. 예민한 성향에 대한 다른 책들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다른 이들과 뭐가 다른 건지 확실하고 세세히 알려줘서, 가려웠던 부분을 속시원히 긁어준 기분이었다. (확실히 난 낯선 환경이나 낯선 사람들.. 분위기까지 모두 크게 느껴지고 다가오고,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나 자연까지도 내 감수성이 미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는 건 크면서야 깨달았었다) 또한 이런 감각이 과민하거나 생각이 많은 이들의 장점 또한 명확히 알려주어서 나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고 자존감도 올라간 느낌이다!

PART 2에서 보통의 사람들과의 다른 점을 제시할 때 좌뇌와 우뇌를 구분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75~80%) 좌뇌가 우세하며, 정신적 과잉 활동인(전체 인구의 15~30%)들은 우뇌 지배형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 둘의 차이는 PART 2에 상세히 나와있어 이 부분 또한 무척 도움이 되었다. 나와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나와 같은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었다. 좌뇌 중심 사고방식(표준적인 사고를 하는, 연속적 사고방식) 과 우뇌 중심 사고방식(다각도적, 종합적) 각각의 장단점이 있음도 알 수 있었고, 특히나 보통의 사람들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 만큼 정서적 욕구가 크지 않으며, 개인주의 (이기주의까지도)로 이어지기 쉬운 데에 반해 우뇌 지배형 인간(정신적 과잉 활동인 대부분)은 정서적 욕구가 크며, 집단주의적 이타적인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받아들여지기보단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하고 의심을 하기도 하고 더 알아보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의 통찰력은 감탄할 만했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과 동시에 이해받고 있다는 감사한 느낌을 받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구나. 내가 이 세상에 별 쓸모없는 재능을 가진 게 아니라, 이런 장점을 가진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사실 어쩌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었구나, 하고 나 자신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나보다 더 현실성이 있어서 옳은 줄 알았기에 늘 자기검열을 했는데, 그게 꼭 답은 아니었구나. 또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을 인정해 주고 또 내가 내 본 모습대로 살면서도 얼마든지 같이 조화롭게 살 수 있구나 깨달았다. 물론 다른 이들의 이해 역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런 책들을 꼭 생각이 많은 이들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서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PART 3에서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생존전략을 알려준다. 이러한 해결책들은 한번 읽고 끝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에 되새기고 자주 일상 속에서든 실천하고 생각해 봐야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파트에서는 생각을 정리하는 법이나, 자존감을 올리는 법, 두뇌 활용법 등이 나온다. 나는 특히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뇌는 배움을 좋아한다는 데에 공감하는데, 무엇인가에 확 꽂혀서 즐겨보라는 조언에도 동의한다. 나 역시 생각이 많아 분산이 되고 정신이 어지러운데 오히려 무언가에 집중해서 몰입하거나 내 가치에 따라 중요한 것을 배우고 탐구할 때에는 생각을 집중시켜 다른 잡생각이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내가 내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생각해보고 그런 가치를 위해 공부하거나 중요한 목표를 잡아서 어떤 활동에 몰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버려서 비우고.. 참고로 다른 책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이나 『신경끄기의 기술』 도 추천 / 혹은 운동,명상에 몰입해보는 것도 정신을 비우는 데 좋다) 그 외에도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데에 뇌를 쓰라는 조언이나 비판에 대처하는 자세, 생각이 많은 이들에게 맞는 사람 등 실제로 도움 되는 조언이 많아서 유익했다.

이 책은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꼭 한번 쯤 읽어봐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나와 같은 이들의 삶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또 이 책을 읽는다고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이해해보고, 전략을 실천해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다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빛을 발하는 때가 올거라고 생각한다!

(2021.3월 작성했던 글입니다)


유별나게 활발한 두뇌는 ‘독이 든 선물’과 같다. 독이 들었어도 선물은 선물인 것이다. 이 점을 일단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감각 과민은 모든 것을 시와 예술과 경이로움으로 이끄는 예민한 주의력이자 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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