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원리 1 - 더 나은 삶에 관한 꿈
에른스트 블로흐 / 솔출판사 / 1995년 3월
평점 :
절판


여기 하나의 꿈이 있다. 인간이 꿀 수 있는 꿈. 그러나 그것은 밤꿈이 아니라 낮꿈이다. 낮꿈? 낮에도 꿈을 꿀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꿈을 잘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전혀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대로, 인간은 너무나 오랫동안 “아직 의식되지 않은 무엇”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거부당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들은 스스로 ‘보다 나은 삶’을 갈망하기를 포기하거나, 고통스런 현실에 속박당하면서도 안주하는 삶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앞에 낮꿈이 놓여있다.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갈망 내지는 충동, 그것이 바로 낮꿈이다.

<희망의 원리> 제1권 ‘더 나은 삶에 관한 꿈’에서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는 프로이트, 아들러, 융 등 심리학자들의 무의식에 관한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자신의 이론, 즉 ‘아직 이루지 못했고, 아직 의식하지 못했던 낮꿈’에 대한 분석을 전개한다.

블로흐에 의하면, 인간의 기본적인 충동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성 충동이 아니라, 배고픔과 굶주림을 극복하려는, 나아가 경제적 결핍을 해소하려는 자기 보존적 충동이다. 이른바 프로이트의 성 충동, 아들러의 권력 충동, 융의 도취 충동 모두를 비판하면서, 그는 경제적 삶을 도외시한 채 에로스만으로 인간의 역사를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밤꿈(성적, 과거지향적, 고대적 요소를 지닌 꿈)이 아니라, 낮꿈(개혁적, 미래지향적, 깨어있는 판타지를 지닌 꿈)인 것이다. 즉 밤꿈의 내용은 은폐되고 왜곡되어 있지만, 낮꿈의 내용은 개방되어 있으며, 무언가를 창조하거나 선취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낮꿈 속에는 사회 개혁적인 의지, 보다 나은 미래의 상, 즉 혁신적이고 변화를 추구하는 모티프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대부분은 아직 인간의 의식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이처럼 블로흐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이 결코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고, 의식하지 못했던 ‘낮꿈’에 대한 발견과 분석이다. 이것을 토대로, 그는 영원한 미래의 유토피아를 그려보인다. 결국 유토피아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직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던 새로운 무엇을 의식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새롭게 도래하는, 보다 바람직하고 보다 나은 미래의 삶에 관한 고유한 형상들 내지는 모사들을 이해하도록 사고하고 기록하는 작업 그 한가운데 에른스트 블로흐가 존재한다.

블로흐는 오늘날 서구의 철학이 현실적 상황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적극적인, 미래지향적인 그리고 초월적인 의식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에 사상적 빈곤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비록 보다 나은 무엇이 그렇게 오랫동안 방해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다 나은 무엇에 대한 (거의 병과 같은) 욕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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