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울컥 J.H Classic 61
이서빈 지음 / 지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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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전조' 라는 작품에  한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들판이 방목해 키운 메뚜기떼 황금빛바람 일으키는

댓 마지기 논이 공중으로 날아간 어느 가을

아버지의 논둑길이었던

남의 논둑길을 걸어갈 때

그 포르르 날아다니던 어린 날 기억들은

유리병 속에서 울컥울컥 쏟아내던 진물과 함께 멸종되고 말았다.'


글을 읽고 제가 그 자리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지금 이 순간이 정신을 차리고보면

어느새 사라져있고 만질 수 없었어요.
행복했던 기억의 가짓 수가 분명 많았었는데 몇개 남아있지 않은걸 의식하게 되면

슬퍼서 팔다리가 저릿 할때가 많아요.

주어 담고 싶은데 손에 잡히는 건 없고, 괜히 상처로 남아

미래가 오는게 두려워 차라리 내일이 오지 않길 기도도 해봤습니다. 

도망 못가게 붙잡아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으니

결국은 지금 이 순간을 후회없이 담아내고 아낌없이 감사해야한다는 걸

까먹지 말고 기억하라고 말해 주는 작품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저는 그 논둑길에 서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오늘을 오래도록 붙잡아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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