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좋아 - 2017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7 전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 추천, 2017 오픈키드 좋은 그림책 추천 바람그림책 45
손미영 글.그림 / 천개의바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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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가 드디어 끝나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때에도, 벚꽃이 눈부시게 피고 아름답게 흩날리며 질 때에도 네 살이 막 된 작은 딸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감기로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맴맴 돌아야만 했습니다.

참으로 길다 싶은 3, 4주간에 우리는 그림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은 하루에도 세네번씩 읽어달라고 하잖아요. 손미영 작가의 '모자가 좋아'도 그 중의 한 권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갈 때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누는, 같은 라인의 얼굴만 아는 귀여운 아이. 그런 소년이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이 아이는 봄에는 들꽃을 보며 자전거 산책을 하고 여름에는 해변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여름을 즐깁니다. 가을엔 낙엽을 보고 즐거운 축제를 맞이하며, 겨울엔 함박 내리는 눈 속에서 지칠줄 모르고 노는 모습, 산타를 맞이하는 설레임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소소하지만 즐거운 이벤트로 알차게 채워지는 아이의 1년. 이 아이는 분명 즐거운 경험으로 자신을 가득 채우고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났을 것입니다.

작가는 아이의 소중한 경험들마다 걸맞는 모자를 씌워 그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해 주었습니다.
제 아이도 본인의 모자를 볼 때마다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즐거웠던 시간을 회상하곤 합니다.
수영 모자를 꺼내 와서는 워터파크에서의 경험을 즐겁게 이야기 하고, 빵집에서 고깔모자를 보면 언니의 생일파티 때 있었던 추억을 꺼내어 놓습니다.
이 책 속의 소년도 훗날 자신의 모자를 볼 때마다 즐거운 추억을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과거의 기쁨을 현실에 되살려 놓겠지요.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마다 아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작가는 분명 아이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또 보고, 생각했을 것이다 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책이 후반에 접어들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엄마로서 읽는 책이라 그런지 아아! 아이의 1년이 훌쩍 지나가는구나. 더 이상 크지 말아라. 작고 귀여운 나의 아이로 남아다오.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고 할까요.
실제로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은 첫 장의 아이와 비교했을 때 훌쩍 자란 모습입니다.
작가의 고뇌와 디테일이 또 한 번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간 집 안에 갇혀 활동적인 '모자 소년'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딸의 손을 잡고 얼마 남지 않은 봄을 직접 보러 나서는 일이겠네요.
내일은. 아니 오늘은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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