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해하는 내게 뒤늦게 따라온 페이가 농담을 건넸다. 가슴 언저리가 묵직하게 저려 왔다.서로 쌓인 이야기는 많았지만 시간이 충분하지않았다.
<농담이고, 사실은 내일 치워 버리려고 했는데네가 때마침 와 줬네.>
그는 비교적 점잖게 악수를 나눈 뒤묵묵히 내가 살던 작은 창고로 안내해 주었다. 그곳에는 내 짐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언제든 네가 돌아올 곳이 되어 주고 싶어서.>
<엘르팬>에서 마주 보고 앉아 취향이 어떠니이상형이 어떠니 따위의 이야기를 한가롭게 나누려니 자연스레 옛날 생각이 났다. 그 시절 해리는불쑥 가게에 찾아와 이런저런 참견을 해 가며 떠들어 대기 일쑤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