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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드 ㅣ 매치드 시리즈 1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가 매혹적인 첫인상으로 다가온 앨리 콘디의 소설 <매치드>는 모든것이 통제된 근 미래 '소사이어티'를 배경으로 미래 사회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카시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오피셜'이라 불리는 소사이어티의 관리층에 의해 개인의 삶은 감시받고 통제된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자신이 결혼할 상대자를 '매칭파티'를 통해 정해주고 출산하는 연령제한, 직업, 심지어 죽음까지도 정해진 룰 대로 매칭되어 실행해야한다. 주인공 소녀 카시아는 열일곱 생일이자 자신의 매칭파티에서 자신의 매칭상대자가 가장 친한 친구인 잰더로 결정된다.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잰더에 관한 마이크로카드를 읽던 중 잰더가 아닌 다른 소년의 얼굴이 떠올라 충격을 받게 되고 그 소년 또한 카시아가 알고 있는 소년이라는 점에 더 충격을 받는다. 바로 앞으로 자신이 사랑에 빠지게 될 소년 '카이'. 매칭 상대자가 잰더임에도 카시아는 점점 카이와 사랑에 빠지고 혼란에 빠진 가운데 카이의 비밀에 얽힌 사건에 휘말려 예기치 않은 모험을 하게된다.
처음 전반부를 읽을 때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거라서 적응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앞부분이나 프롤로그에 간단한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적응이 끝나면 그 다음 부터는 흡입력이 강해지는 스토리 파워를 발휘하다. 워낙 판타지와 로맨스를 좋아하는 탓도 있겠지만 카시아와 카이의 사랑은 좀 더 특별하다. 미래의 소사이어티에서는 모든 것이 통제되는 만큼 이들의 사랑도 뭔가 절제된 느낌이다. 흔히 그려지는 하이틴 영화에서의 10대의 일탈적인 면은 보이지 않고 카시아와 카이가 함께 하이킹을 하며 스치는 손이나 어렵사리 하게되는 그들의 키스 등을 보면 통제된 미래사회와 부합하여 미래의 사랑까지도 상상해 볼 수 있었고 절제된 만큼 그들의 혼란스럽고 복잠한 감정 묘사가 좀 더 세밀하고 깊이가 느껴진다. 구성 또한 하나의 단락이 짧아 지루하지 않았다.
미래 사회를 그린 판타지적 요소에서 보자면 '소사이어티'가 보여준 미래사회는 언듯 영화 '아일랜드'를 떠올리게 했다.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복제인간들이 살아가는 통제된 세계와 소사이어티가 많이 닮아있다. 일정량의 배급된 음식과 옷을 입고 취침과 기상이 정해진 세계. 아일랜드와 매치드의 소사이어티의 미래사회에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지구파괴'에 있다. 아일랜드의 복제인간들은 지구가 오염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했다고 믿게끔 전제되어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고 매치드의 소사이어티 또한 정확히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지구가 파괴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통제된 소사이어티가 탄생됐음을 스토리 상 문맥에서 암시할 수 있다. 이처럼 미래사회를 그려낸 작품들은 하나같이 지구파괴와 그로 인한 인류멸망을 대부분 그려낸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이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암울하고 끔찍하다. 매치드를 읽고 든 생각인데 매치드에서 그려지듯이 오로지 터치만 하고 모니터 화면에 그려진 이미지만을 보고 살아가는 소사이어티 사람들은 지금 사용하는 글조차 손으로 쓰지 못한다. 그것이 상상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건 불과 10여년만에 현대인의 필수가 되어버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보급을 보면 알 수 있다. 악기연주나 그림그리기, 일정관리, 책읽기 등 그런 기기들로 못하는 것이 없어져버렸고 효율성과 편리성을 따지자면 사용이 마땅하겠지만 작가들의 집필도 거의 워드프로세서의 사용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것을 보면 글을 쓰지도 못하고 심지어 우리의 글자가 사라지는 일은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카시아가 할아버지의 어머지로 부터 내려온 '공예품' 콤팩트를 갖고있는데 이 부분에서 1박 2일에서 유홍준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현대에서는 미래에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될 만한 것들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 여자들이 쓰고 있는 보물로서의 가치도 없는 파우더 콤팩트를 옛 유물로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이런 '공예품'을 따로 전시하기까지 하는 박물관이 등장하는데 지금 우리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처럼 세월지 지나도 변하지 않은 아름다움과 그 고귀한 가치를 둘만한 것들이 없어 생필품이 박물관에 진열되는 이 이상한 현상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불가능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싱한 상상력의 판타지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