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 사는 그 여자가 그랬을지도 몰라. 완전히 미친년이잖아. 얼마든지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거야 ….."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느릿하게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바닷물이 발을 적시면어린 시절이 떠올라요.그리고 한 친구를 속여멀리 떠나보낸 기억도요.저는 이따금 바다를 찾아가수위와 시각을 기록한답니다.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얼굴의 여정을짐작할 수 있으니까요.끊임없이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내며 사랑하는 태양을 찾아가는 여정 말이죠.이것이 그를 위해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