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 : 오치제를 바른 소녀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7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이지연 옮김, 구현성 / 알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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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작중 소수자에 해당하는 주인공을 주재로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와 소수에 대한 배려를 중심으로 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책 소개문만 봐도 잘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누군가는 그런 내용을 좋아할 것이고, 누군가는 썩 유쾌하게 읽기 어려운 내용일 것이겠지만 어차피 글 자체가 소위 말하는 정치적 올바름과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많이 노출될 것이고,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서평에서 그 점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는 않고자 한다.

 

나는 이 서평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다루고 있다는 점 외에 이 책 빈티, 오치제를 바른 소녀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말하고 싶다.

우선 빈티, 오치제를 바른 소녀는 문체가 굉장히 간결하고 깔끔한 편이다. 책 자체가 그리 두껍고 큰 편인 것도 아니긴 하지만, 작가의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문체로 인해 더욱 읽기가 쉽다. 문장 하나하나가 짧기 때문에 집중을 방해할 만큼 길고 나른한 부분이 없다. SF 소설이 보통 길고 장대한 문장 구성과 단어 선택으로 가끔 정신을 멍하게 하는 일이 많은 것에 비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직장인이라면 사람 많고 번잡한 출퇴근길에 읽어도 무리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이었다.

 

둘째로 문체가 간결하고 깔끔하면서도 힘이 있고 상황 하나하나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보통 글의 문장이 짧고 어휘가 간단할수록 상황을 드러내거나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받는 느낌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 글에서는 주인공인 빈티가 처한 상황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그 위기감이 잘 전달된다. 이는 또한 작가가 더 많은 것을 드러내려는 욕심 없이 중심 사건과 인물에만 집중하여 묘사와 대화를 반복함으로써, 독자가 그들에게 집중하고 그들과 공감하며 긴장감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더욱 효과가 강화된다.

 

셋째, 설정이 특이하다. 주인공 빈티가 타고 우주로 떠나는 우주선은 거대한 새우 비슷한 것을 개조한 우주선이다. 그것도 사람들이 금속과 기계로 개조한 것이 아니라, 이 우주새우의 호흡낭을 3개로 늘리고 그 안에 식물을 심어 사람들이 숨쉴 수 있도록 산소를 순환하게 한 우주선이다. 심지어 벽은 외골격이다. 주된 상대역이자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메두스들은 촉수가 잔뜩 달린 해파리 비슷한 생물이다. 보통 이렇게 기이하게 생긴 외계인들은 소통이 불가능한 괴물 정도로 그려지기 마련이다.(물론 작중에서도 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이미지긴 했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원주민들과 같은 전사 문화를 갖고 있고, 빈티가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니 호전적이지만 담백하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빈티가 그들을 존중하기 시작하자 그들 또한 상대를 존중하기 시작하고 대화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빈티, 오치제를 바른 소녀는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을 다루고 있다는 점만이 장점이 아니라 글 자체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수에 대한 배려,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를 논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화룡점정과 같은 요소일 것이다. 이 책은 문장 하나하나가 읽기 쉽고, 내용 전개는 흥미로우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독자를 흥미로운 미래 세계 속으로 깊게 빠져들게 한다. 읽고 나서 느껴지는, ‘다름에 대한 존중과 같은 교훈 또한 넉넉하게 갖추었다. 한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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