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우울이 찾아왔다
차열음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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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이 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고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절망적인 순간, 다이어트는 달콤하게 나를 끌어당긴다. 노력하는 만크 결과가 돌아오는 성취감은 짜릿하다. 다이어트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이어트를 대하는 나의 자세, 다이어트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내 태도가 거식증을 부른 것이다" 


두껍지 않은책, 가벼운 무게만큼 가볍지 않은 책으고 담담한 자기고백같은 자기삶에 관한 이야기다. 읽으면서 공감가는 문구에 체크를 해두었는데 꽤 많아서 놀랐다.

우울 하나만 힘든데 거식이라니 그리고 그 과정에 얹어지는 두개의 무거운 돌들.

작가는 거식과 우울을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매순간 순간 '해소'가 필요한 문제에 가깝다며 전보다 안정되고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해서 모든 것이 드라마같이 좋아질 수 는 없다고 한게 참 와닿았다.

우리몸에도 낫는병과 관리하는 병이 있지 않은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금 나아져있는것처럼

완전한 회복이 아닌 증상 해소라는게 참 마라톤같은 지구력을 요하는 일같다.

아니면 마음도 지쳐버릴테니까..

상담 시작 전 내담자와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지만 잘 전해지는지는 사실모르겠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것은...


정신병원은 학교와 같다. 환자는 모두 학생이다. 그곳에서 스스로 마음을 진단하는 법을 배우면 된다. 다음에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다음 우울엔 더 의연히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도움도 받아 본 사람이 청할 줄 안다. 우울도 겪어본 사람이 이길 줄 안다.

열네 살 우울이 찾아왔다. p.149


낭떠러지 같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정말 한두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책에서 선생님에게 안좋았던 기억들을 펼쳐두었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조각으로 남았을지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참 용기가 있고 힘이 있다고 느꼈다.

사실 그러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그리고 나의 어려움에 대해서 끄집어 내다보면

가족들, 특히 부모님이 나쁜 사람으로 비춰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 우려는 작가님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와 변화의 중심에 가족이 있었다는것을 부정할수 없다며, "모든 몸에는 그 가족의 몸 이야기가 남긴 은밀한 각인이 찍혀있다"는 수지 오바크의 이야기를 인용하였는데 참 단단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겪은 자신의 삶에 대한 담담하지만 위대한 고백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느낀 감정은 "다행"이었다.

남과 다른 힘든일은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희망이 있는, 미래가 있다고.

그리고 함께할 사람도 있다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뭐라고.. 참 기특하다고, 매 순간 삶은 힘들 수 있으나

사회생활 잘하고 사랑도 하고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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