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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내 엄마가 됐어? ㅣ 단비어린이 문학
백승권 지음, 이영림 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4월
평점 :
『엄마는 왜 내 엄마가 됐어?』 백승권 글/이영림 그림 단비어린이
“엄마는 왜 내 엄마가 됐어?” 중1이 된 딸이 갑자기 묻습니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엄마가 되긴..네가 이뿌니까 네 엄마가 된거지.” 갑자기 아이가 불쑥 내뱉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아이가 화장대에 올려 둔 책을 보고 “난 그냥 책 제목을 읽었을 뿐이야.” 하며 지나쳐 갑니다. 이런...‘엄마 맘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순간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까 많은 생각들이 지나쳐 갔었는데....넌 왜 내 딸이 되었는데???
이 동화책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내 마음속에 작은 불씨로 남아있는 입양에 대한 실화동화입니다. 우리 가족도 5년 전 입양을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직장에 22살의 미혼부가 일하게 되었는데 어린나이에 아빠가 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힘듬이 있었습니다. 일단 아이를 늦게까지 맡아 줄 곳도 마땅치 않았고, 22살의 남자가 아이를 돌보기에는 미숙한 점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주말에는 아빠도 쉬라며 자주 우리 집에 데려와 돌봐 주다가 우리 가족은 이 아이를 입양하자는 얘기까지 서로 나누었습니다. 동생을 좋아하지 않던 작은 아이도 이 아이만은 특별하게 생각해 주었고 이뻐해 주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우리들의 생각들을 주위에서는 완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나중에 말썽이라도 부리면 그 땐 어떻게 할 거냐?”... 아직 마음이 채 열리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결국은 남편이 하지 말자고 하더군요. 이후 아이아빠는 자기도 고아원에서 잘 자랐으므로 이 아이도 고아원에서 잘 자랄 것이라며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그 때 저는 더 강하지 못했습니다. 4개월의 조금만 아이..별이..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보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별이가 무척이나 그리워졌습니다. 지금은 어느 덧 5살이 되었을 그 아이..우주가 또 다른 가족을 만났듯이 별이에게도 그런 가족이 되어주지 못한 나는 못난이었습니다.
입양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우주의 엄마를 통해/ 가족들을 통해 제 생각이 아주 미숙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원이의 동생이자 가족인 우주는 엄마와 아빠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입니다. 우주엄마는 어릴 적 한 쪽 다리가 짧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런 딸을 걱정하는 외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공무원이 되라 합니다. 공무원이 되고 한 가족을 이루었을 때 엄마는 꿈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 놓습니다. 바로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를 입양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우겠다고 말입니다. 미숙아 망막증을 가진 네 살 여아 우주를 그렇게 가족들은 맞이합니다. 하지만 이전의 우주의 모습을 모른다는 건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닙니다. 우주가 표현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알 수 없었으니까요. 갈등을 일으키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우주가 표현한 것들이 어떤 것이지 이해하게 되면서 가족은 서로 이해하고 서로 보듬으면서 성장하는 가족이야기.
“가족이란 서로 핏줄이 다르더라도 함께 살면서 사랑을 나누면 가족이 되는거죠?”(p.104)
“우주야, 엄마랑 아빠를 봐. 원래 따로따로 살았잖아. 그런데 서로 만나서 사랑을 하니까 가족이 됐잖아. 너도 그렇게 우리 집의 가족이 된거야.”
너는 엄마가 가슴으로 낳은 딸이란다.(p88)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입양이 무엇인지...... 단지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가슴으로 품고 서로 사랑하면서 그 아이가 잘 자라도록 지켜봐 주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는 일이란걸요. 그리고 친엄마가 되는게 아니라 분명한 입양 엄마라는 것도 인정하고 사랑으로 키워가는 일이란걸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입양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래봅니다. 더 이상의 입양된 아이나 입양을 한 부모가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상처 받지 않고 마음껏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