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단비청소년 문학
강경애 지음 / 단비청소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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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절 여성들을 둘러싼 각종 모순과 편견들을 해결하고자 했던 한국 근대 문학의 선구자였던 강경애 작가의 어머니와 딸을 읽고 나는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자각하고 살아가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어쩌면 주인공 옥이처럼 타인의 삶에 끼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 속의 주인공인 옥이는 어릴 적 엄마인 예쁜이로부터 버려짐을 당하고, 지금의 남편 봉준의 어머니로부터 길러지게 된다. 찬찬히 옥이를 지켜보는 봉준의 어머니 역시 평탄한 삶을 산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 또한 사생아, 고아원을 거쳐 기생학교를 들어가게 되고 17-18세 무렵에는 부잣집 자제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의 당대 최고 기녀가 되지만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그녀의 소박한 희망은 끝내 이룰 수 없게 된다. 고학생과의 사랑에서 태어난 봉준을 홀로 키우며 봉준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짝지로 옥이를 점하게 되고 버려진 옥이를 거두어 봉준과 함께 키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봉준의 어머니는 아들이 장성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린다. 봉준과 옥이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옥이가 스무살 되던 해에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유학을 떠난 봉준은 유학생활 중 만난 다른 여인을 마음에 품고 옥이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급기야 상사병으로 몸저 눕는 남편을 위해 남편이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가 한 번만 만나줄 것을 요구하지만 거절을 당한다. 돌아오는 길에 옥이는 죄수들의 행렬속에서 몇 백 명의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을 감내하는 영실의 오라버니를 보고 마침내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떠한 길을 걸었나? 아니, 나도 사람인가? 밥 먹고 옷 입을 줄 아니 사람인가, 울고 웃을 줄 아니 사람인가? 웃었다면 진정한 나의 웃음이었더냐? 모두가 봉준을 위하였음이다. 두루뭉수리 삶이었다! 이러한 삶을 계속하려고 안타깝게 울었던 것이다. 불쌍한 인간!‘-본문P167-

 

자기 자신의 삶에 눈을 뜬 옥이는 그 길로 남편 봉준에게 이혼허락과 함께 발길을 끊고, 오직 학업에 전념하게 되고, 자신에게 주체적인 삶이 되도록 노력한다. 달라진 옥이를 보며 봉준은 어머니의 유언을 들먹이며 자신의 곁에 두려 하지만, 옥이는 아내로 남길 거부한다. 자신의 젊음을 무가치하게 희생당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런 옥이를 결국 남편도 되돌릴 수 없는 마음인 것을 알고 놓아준다.

 

현실과 타협해 버린 자신의 엄마와 남자를 믿지마라! 남자를 믿지 마!”라고 알려준 또 다른 어머니를 보면서 더 이상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삶으로 만든 옥이를 보면서 나는 오늘도 내 주체적인 삶을 위해 무엇을 노력하고 어떤 생각을 키워내는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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