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유년의 종로 - 박승찬 수필집
박승찬 지음 / 문예바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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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다. 특히 유년의 기억은 평생 동안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기억력이 참 놀라웠다. 추억거리가 많은 유년을 보낸 사람은 행복하다. 순수하고 호기심이 왕성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살아가는데 소중한 자산이 된다. 저자가 갖고 있는 남다른 유년의 체험과 기억은 다큐멘터리 연출자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목차만 훑어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가정환경조사서, 용의 및 신체검사, 몽당연필, 옥수수빵, 반공방첩, 아폴로와 클리프 리차드, 미제장수 아줌마, 말뚝박기, 자치기, 마부와 지게꾼, 넝마주이, 메밀묵과 찹쌀떡, 신기료장수, 동대문 기동차, 전차, 시발택시, 버스와 차장, 창경원 벚꽃놀이,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 시골에서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저자는 서울내기이면서 북한이 고향인 월남한 아버지의 아들이고 외가가 시골이라서 유년기에 시골 체험과 월남민의 애환에 대한 추억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월남한 아버지를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이고 인천에 살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시골에 있어서 방학 때마다 시골에서 지낸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저자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 들어갔다.


이 책은 동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향수를, 자녀 세대들에게는 부모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 줄 것이다.

추억은 늘 아릅답고 소중하다. 하지만 예전의 창경원에서의 벚꽃놀이 행사만큼은 다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일제가 남의 나라 궁궐에 함부로 심은 벚꽃을 보겠다고 밤낮으로 추태를 보였으니 선조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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