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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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이 가르키는 것은 무엇일까.


1793년 가을

인데베토우의 유령


시체가 호수에 떠 있었다.

조금도 썩지 않은 눈알이 없는 텅 빈 눈구멍에 그를 쏘아 보고 있다.

찢어진 입술 안에는 이가 하나도 없다.

머리카락에는 여전히 광택이 남아 있었다.

치안총감이 세실빙에를 찾았다.

그의 자리를 대신할 후임이 정해져있다.

시간이 없다.

그에게도 세실빙에에게도,

카르델은 왼팔이 없다.

구스타브 국왕 처세 당시 벌어진 러시아와의 해전에서 그저 운이 좋아 간신히 죽을 운명을 면한, 통제할 수 없는 게임에 가담한 졸병일 뿐, 한 팔을 잃었지만, 그 대가로 목숨은 건진

사실 그 전쟁에는 많은 희생자가 있었지만 아무런 목적도 승리에 의미가 없었다.

90년 초여름에 젊은 군인은 왕에게 자신의 부상당한 손을 내보이고, 창자가 꼬인 채 갑판을 구르며 죽어가는 일등항해사를 보였으나, 그는 아직도 고통에 몸을 뒤틀고 있는 일등항해사를 가리키며 수행원들에게 저 시체가 꼭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 <구스타브 바사>에 등장하는 인형을 연상시킨다 농담을 하고 그의 수행원들은 껄껄 웃으며 왕의 재치에 찬사를 보냈다. 그들의 왕은 그런 자였다.


그 지역의 주변인들 모두가 카르델과, 세실빙에와 다를 것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술에 절어서, 배고픔에 굶주려서, 여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매춘을 하였고, 행위가 드러날 시 위법이라며 잡혀갔다.

자신을 지켜줄 이 없는 이들은 누명을 쓰고서도 잡혀갔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누릴 수 있는 힘으로 서로를 짓밟고 밟히고 짐승과도 같은 삶..


어떻게서든 살기위해 발악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는듯 하였다.

세실빙에는 폐결핵으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었고, 오늘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때는 술에 절어가면서,

그 속에서도 카르델은 전우애가 있었고, 빙에는 자신이 죽고난 후 혼자 남겨질 아내를 걱정했고,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불쌍한 이들을 돕고 싶었던 젊은이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의 행위를 하여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너무나 힘든 죄책감에 시달렸고, 어미와 힘든 생계를 유지하던 소녀는 강제적인 성행위를 당했고 이를 거부하다 매춘을 하였다는 누명을 입어 하지 않았음에도 위반한 여자가 되었고, 교화소에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기민한 능력으로 벗어나 새 삶을 살게 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원인에 있는 남자는 단지 사람의 관심을 받아보지 못한. 애정이 무언지도 몰랐던, 받아보지 못해서 모르던 이에게 당한 배신감으로 너무나 큰 일을 저질러 버렸고, 이후에는 더욱 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빙에를 기다렸다. '언제나 피고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입장에서 진술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유명한', 그러니 진술을 마친 이후에 일어나게 될 일도 자신의 책임인 동시에 빙에가 이룬 일이기도 하다고 그것까지 계획에 세워 두었다.


진술할 기회가 생긴들, 아무 의미 없을 것이다.

그는 그저 잔인한 살인자일 뿐이다.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은 다르지만,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현실, 사람이 사람을 기쁘게도 하지만, 힘들게 하고, 짓밟고, 올라서려 노력하는 것은 어디나 같은 것 같다.

소설은 다만 그 과정을 잔인하게 표현해 준 것 뿐, 정치는 어렵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남자는 진술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서 후회하고, 희생된 이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희생당한 이들 모두가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제가 본 세상에서 인간이란 해로운 짐승, 힘겨루기를 하느라 서로를 갈기갈기 물어뜯는 피에 굶주린 늑대에 불과합니다.
노예가 주인보다 선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힘이 약할 뿐입니다.
죄 없는 자들이 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악한 일을 저지를 힘이 결여되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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