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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런 날에 1권 ㅣ 그런 날에 1
이선아 지음 / 마롱 / 2018년 4월
평점 :
연재 당시에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에요.
무심한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고 자란 여주인공 용주,
그녀에게 먼저 스스럼 없이 다가와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선을 넘어 와 버린
그렇게 무책임하게 마음을 가져가고는 정작 다른 여자 친구를 만들어 버린 남주인공 문재.
그들이 헤어지게 되고,
용주가 완전히 다른 이들에게서 돌아서게 된 건
아버지의 자살과 뒤이어 나온 사진 사건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문재의 친구로서 그리고 문재 여자 친구와 그는 모를 견제를 받아 가며 그렇게
함께 하는 순간에 계속해서 싱처를 받아 왔을 용주가 안타깝게 여겨졌기 때문인지
다시 만나는 순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다가온 문재가 마음에 들지 않게 느껴졌어요.
그런 성격이기에 반응 없는 용주에게 몇 번이고 돌진을 해서 결국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겠지만요.
뭐랄까 상처 받은 사람의 그 상처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고 해야 될까.
그 오랜 시간 동안 용주를 제대로 열심히 찾아 볼 생각도 안 하고는
이제 와 널 좋아했노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운 여조와의 사귐으로 인해선지
남주의 매력을 초반에는 찾기가 어렵게만 느껴졌고요.
그때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 전이라 그랬다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을 사귀었다는 점에서라기 보다
왜 굳이 여조였을까...
어린 나이라 극 내내 칭찬하던 그 예쁜 외모에 끌릴 수도 있겠지만
감춰지지 않는 여조의 가벼움, 그 천박함을 전혀 모르던 남주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뒤늦게 안 건가..)
그녀를 한때는 꽤나 많이 좋아한 걸로 나오던 표현에서
그 나이에 절대 쉽게 할 수 없는 잔인한 짓을 저지른 여조와 솔직히 말하자면
비슷한 수준의 가벼움을 남주에게 느낄 수 밖에 없었고요.
학창 시절의 문재와 재회 후 문재의 성격이 많이 다르게 느껴진 건 아니지만
용주에게 상처를 준 만큼 다 자신이 감내하겠다며
단순히 자신의 마음만을 강요하듯 직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만큼의 미안함을 잊지 않으려는 그 어른스런 모습을 보며
그렇게 문재가 성숙하게 변할 수 있었던 내면의 이야기가 좀더 나와 줬다면
문재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좀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사실 이러한 마음조차도 재회 후 처음의 모습에서는 찾기 힘들고,
어린 용주가 자신을 상처주는 것들과 마주하지 못하고 도망친 것,
사람들 사이에 담을 쌓고 사는 것들에 대해 비난하는 모습에서는
누군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잔인하게 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별로였지만요.
자신에게는 아름답고 돌아가고 싶은 그 기억이 그 순간을 함께 한 다른 사람에게는
진짜로 고통일 수도 있을텐데
상처를 극복하라고 원치 않는 격려를 굳이 받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좋았던 건 다른 소설과 달리 여주에게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
물론 그 사람조차 어딘가 사랑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게 참 아쉽지만.
남조와의 헤어짐 부분이 마음에 특히 들었던 건
그들이 헤어지게 된 원인이 다른 글이나 장르에서 남주와 여주 사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갈등 소재인데.
그걸 볼 때마다 저런 남주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대체로 속시원한,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여자가 속 좁게 저런다 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너무 많아서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왜 저런 남자는 안 되는지에 대한 내가 생각했던 부분을
여주가 남조와 헤어지면서 하나하나 얘기해 주는 점이 속 시원하니 좋았어요.
용주 아버지 이야기는 뻔한 설정이더라도 바람이 용주의 오해였다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어린 시절부터 삶의 집착이라곤 없던 사람이,
가족에게도 최소한의 배려나 노력이라고는 하지 않는 사람이면서
그렇게 무기력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
다른 여자를 위해서는 귀찮은 짓도 마다 않는 열렬함을 보여주고,
그런 열정적인 부분은 뭔가 아귀가 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바람이 진짜라는 설정은 빼더라도 극 전개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을 텐데 굳이 라는 아쉬움이
좀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