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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무지개
최인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강철 무지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인가 보다. 이육사'
이 첫 구절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연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그 강철이 무지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총 천연색의 무지개빛. 아름다운 무지개가 어떻게 강철로 되어 있을까.
최인석 작가의 소설은 연애,하는날을 한 번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느꼈지만
최인석 작가만의 강점은 매우 사실적인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인 2105년이 전혀 먼 미래같지 않았다.
바로 오늘 같았다.
우리가 살고, 먹고, 마시고, 입고 행동하는 그 모든 반경을 그려놓은 듯한 사실적인 소설.
연애, 하는 날에서도 사람들은 소외되었다. 이 소설에서도 역시나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해 버린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세상을 살아가는지 나타냈는데 이게 과연 먼 미래의 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분신 자살하는 어느 기업의 사원들, 돈보다 못한 인격과 땅에 떨어진 인권.
한국판 디스토피아는 어떻게 그려질까 기대하면서도 대충은 그 그림이 그려졌었는데
이 소설에서 여과없이 그대로 나타났고 예상이 적중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 사람들이 아니었다.
SS 울트라 돔에 갇힌 계산원 지니는 그 돔에서 죽을 것 같지만 살아야 하고,
벗어나도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는 정말 '생존'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인 삶이 되었다.
전후 세대나 그런 생존 자체에 목숨을 걸었지만, 우리는 약 100년 뒤에 다시 그 삶을 사는 것이다.
문명은 발달하고 기술은 발전하고 과학은 진보한다.
하지만, 강철 무지개 속 사람들은 점점 퇴보하여 생존을 위해 싸운다.
그러면서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목숨을 걸고 연애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소설을 읽고 나면 너무 씁쓸해서 뒷맛이 개운치 않지만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그런 소설이다.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들이,
그래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인간 그대로의 존중과 사랑이라는 가치이다.
작가는 다소 냉소적이고 차갑게 현실을 보고 있지만,
그것만이 우리 인류의 구원이라는 것을 반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강철 무지개는 그렇게 올해 겨울을 따뜻하게 녹인 한 권의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