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용하는 누구일까? 어떤 삶을 살았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어요. 심각하리만큼 사람을 믿지 못하고 냉소적이며,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힘겨워하며 자신에게 실망하고 무력하다고하며, 인간과 사회란 믿을 수가 없다고 쓰레기 같다며 울분을 터트리는 사람. 마치 막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화산같은 위태위태한 사람. 하지만 지나가는 길의 들꽃 하나에도 애정을 가지고, 토마토, 참외를 따먹을 수 있는 자연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따스하고 어찌보면 단순한 사람. 세상이라는 곳은 역겨움으로 치면 끝이 없고 그 아름다움으로 쳐도 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일상에서 하루가 사라지는 것 만큼 절박한 것이 또 어디에 있겠냐고 말하는 사람. 참 모순되면서도 이상하게 이해되는 그는 도대체 어떤 경험을 했길래 그렇게 상처받고 또 그렇게도 사랑에 목마른 걸까요? 박용하에 대해서 궁금해서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한 평설을 읽어보았더니 박용하는 우리 사회와 교육의 획일성을 비판하는 전투적인 시인이라고 나와있었어요. 그는 아마 많이 상처받고 많이 힘들었었나봐요. 한국사회는 냉혈사회고 돈 밖에 모르는 사회이며 시민사회 이전의 사회이고 이웃이 외국인이고 뻔뻔한 세상때문에 괴롭다고 말하고 있네요. 배타적인 사회에 대해 진저리치며 오빈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땅과 소박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삶. 그것이 글쓰는 삶과는 다른 희열을 박용하에게 준것 같아요. 하지만 그의 내면은 절대 평안하지 못하고 지금도 화가 끓어오라서 조금만 방심하면 넘쳐버릴 것 같아 보여요. 그래서 난 박용하의 아주 담담한 일기를 읽으면서도 그사람이 너무나도 불안해 보여요. 불안..불안.. 곧 눈물이 차오르고 얼굴이 붉어지면서 부르르 떨것 같아보여요. 이책은 귀농해서 자연에서 얻을 수 잇는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이야기 하는 책이 아니예요. 오히려 오빈리의 평화로움 때문에 그의 위태로움, 들징슴같은 내면이 대조되어 더욱 드러나는 책이예요. 자연속에서 잠시 잊을 수는 있죠. 현실도피처럼. 깊은 상처를 치료받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아요.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다시 글쟁이로서 싸워나가야 그의 화는 가라앉아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않을 거예요. 박용하씨가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사람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도시의 답답함과 이해타산적인 사람관계에 지쳐 시골생활을 꿈꾸어 보았을 거예요. 흙이 주는 기쁨, 작은 것도 나누는 사람들의 정. 아침의 상쾌한 공기. 여유로움 같은 걸 상상하죠. 하지만 도시에 이미 익숙해 진 사람들은 곧 그 평화로움은 단조로움이 되고 자연이 주는 기쁨은 불편함이 될지도 몰라요.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내가 어디에 있던 나의 마음이 번잡하면 나는 번잡한 사람이 되고 나의 마음이 고요해지면 나는 고요한 사람이 되는 거죠. 오빈리의 삶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박용하의 마음에는 아직 파도가 치고 불덩이가 타오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