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지음 / 문학세계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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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는 참 좋은데 싫은건 진짜 끔찍하게 싫은 시집이다.

<중광아, 걸레야>, <새-피그말리온> 처럼 불교사상이 짙은 시도 철학적이어서 좋고, <직녀일기>처럼 흔히 아는 전통적인 소재를 어린왕자같은 서구의 컨텐츠와 엮은 시도 새로웠다.

내가 이 책을 산 이유인 <사랑의 물리학>의 경우에는 정말 하루종일 이 시만 읽고 싶을 정도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으면 진짜 까무라쳐도 한이 없을 지경으로 좋다.

그런데 꼭!!!! 선정적인 소재로만 글을 쓰면 정말 보기 싫을정도로 더럽다. 처음 <자물쇠 통사>를 읽을 때만 해도 응큼하시네 싶은 정도였음. 그러다 <통속에서 배우가 1 - 속 좁은 여자>에서 불쾌함이 절정을 찍었다. <김치를 담그며>이건 첫문장 읽자마자 씨발하고 다음으로 넘겨버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아저씨의 더러운 성적 욕망을 알게 되어버린 기분이다.

<후레자식>은 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시는 심정을 표현한 시다. 시인은 이게 고려장이 따로 있겠냐며 자책한다. 아내가 양로원에 보내자고 하는 것을 ˝빛 좋은 개살구˝를 늘어놓는다고 표현하면서 ˝늙은이 냄새, 오줌냄새가 역겨워서이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라고 깐다. 치매노인을 양로원에 보내자고 했다고 마누라를 제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디스하는건 너무하지 않나? 이건 실제와 가상을 떠나서 내 기준으론 이해할 수가 없다.

또 <쉬이, 말뚝아!>에서는 본인이 과자봉지 훔치기부터 양다리에 삼다리 걸치기, ˝결혼하고도 딴 치마에 마음 홀린˝일에다 촌지까지 받은 적 있다고 자신을 거침없이 디스한다. 물론 이게 진짜 있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걸 보면 타고나길 솔직한 분이신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도<나는 늑대다>에서 ˝나는 늑대다 고독한 전설이다˝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자아도취에 빠진 포장 같아서 솔직히 가당찮다.

한마디로 아저씨의 야동콜렉션들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가 같이 있는 외장하드같다. 이렇게 한 시집을 읽으면서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는 처음이라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집에 그냥 두고 있을지 내다 팔지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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