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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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정호승의 우화소설 『산산조각』이다.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더 아름답게 피어나라고 바람이 몰아치는 거란다"라고 말이다. 무언가 마음이 찡했다. 사는 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글로 위로받는 것이 이런 거라며 이미 마음을 활짝 열고 이 책을 읽어나가기로 했다.

이 책은 그냥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예전부터, 그러니까 책과 그다지 가깝게 지내지 않던 시절에도 우화 읽는 것은 좋아했기 때문에, 우화소설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게다가 정호승 시인의 글 아닌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이 책은 그냥 우선순위 0순위로 읽어나갔다. 받아들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달음에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정호승.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그 가치를 통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우화의 방법으로 성찰해본 것이다. 가치 없는 존재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어떠한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있다. 이 우화소설의 주인공 룸비니 부처님, 주머니 달린 수의, 성체가 된 한 알의 밀, 성철 스님 다비에 쓰인 참나무, 해우소 받침돌이 된 바윗돌, 총 맞은 하동 송림 소나무, 김수환 추기경의 손, 네모난 수박, 걸레, 숫돌 등은 각자 나름대로 가치있는 삶을 산 존재들이다. 희생과 인내라는 가치를 통해 사랑의 삶을 완성한 거룩한 존재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내 존재의 가치를 찾아 그 가치에 순명함으로써 뜻 깊은 인생을 완성하시길 기도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책은 어떤 수의, 룸비니 부처님, 참나무 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이 제목들은 글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왜 '산산조각'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는 「룸비니 부처님」에 나온다.

"힘을 내도 소용없어요. 하루하루 산산조각이 날 뿐이에요."

"허허…….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 (47쪽)

그 이야기가 힘든 나에게도 걱정을 덜고 위로를 주며 마음속에 무언가 변화를 일으키는 듯했다.

해설에 보면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이 부분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산산조각을 얻"는다는 말에 숨결이 멈춘다. 절망마저 긍정하라는 가르침이 아닌가. 산산조각을 받아들이면 산산조각의 또 다른 삶과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수많은 실의와 자포자기가 세상 속에 머물 곳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백척간두 진일보의 선(禪)적 경지가 친숙한 일상의 화법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280쪽)



그의 우화소설에서는 수의, 참나무, 새, 바람, 동종, 플라타너스 등이 온갖 번민, 역경,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본래 모습과 가치를 찾고 실현해온 곡진한 서사들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호승은 섬세하고 순정한 눈길과 화법으로 삼라만상의 눈과 귀와 입을 깨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279쪽)

우화는 이야기 속에 진리를 감춰두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전해주는 메시지를 잘 가다듬어 마음에 담는 과정을 통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혼자 있는 고요한 시간에 펼쳐들어보면 좋겠다. 수의가, 참나무가, 룸비니 부처님이 책 밖으로 나와서 말을 건네줄 것이다. 어린 시절, 옛날이야기를 듣던 그 마음으로, 내 안의 나를 만나보며 근원의 내 마음으로 들어가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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