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사계절 1318 문고 123
김민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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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에서 살고 싶은 이야기

 

- 김민경,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사계절, 2020

 

무슨 책이 이따위야.’라는 지석의 생각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결국 웃으며 걸을 수 있는 그의 한층 더 자라남으로 마무리 된다. 혼자 있지만 진정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한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모비 딕이라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을 두 사람이 함께 읽게 되는 과정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두 사람의 생각 속에 번갈아가며 들어가게 된다. 지석과 새봄의 눈과 귀를 통해 그들과 함께 걷는 과정은 우리에게 두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미래를 알 수 없고, 어쩌면 미래에 대한 고민도 힘든 이 지구상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친구가 되어 보자며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요즘의 세상은 코로나19라는 그동안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전염병으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경험이란 과연 무엇일까? 경험을 해 봤다는 것과 경험이 없었다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는 것을 요즘 지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경험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게 새봄이는 지석이에게 책을 선물했다. 사실 청소년들 사이에 책을 선물한다는 것이 그다지 어려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딱히 선물할만한 것도 없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책을 선물로 준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왜?’라고 하는 궁금증과 물음이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왜 아침에 일어나야 하고, 도대체 왜 책을 읽어야 하며, 도대체 왜 사람은 먹어야 하고, 도대체 왜 죽어야 하는가 하는 끊임없는 궁금증과 질문들이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코로나19처럼 이미 세월호라는 아픈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 경험이 헛되지 않으려면 분명 그 기억이 우리에게 경험이 되어 새로운 생각과 행동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분명이 그 아프지만 소중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방식인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엄숙하고도 반성적으로 되살려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섬뜩했다. 도대체 새봄이는 왜 나한테 이 책을 선물했을까. 하고많은 책 중에서 하필, 바다와 배와 죽음이 뒤섞인 인간들의 이야기란 말인가! 2014년 봄, 그해 4월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새봄이도 모르지 않을 텐데 -45-

나는 의아했다.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아프거나 우리 엄마처럼 사고가 나서 죽은 게 아닌데.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사회에서, 나라에서 책임져야 하는 죽음인데.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모르는데. 아직도 기다리는 사라들이 있는데. 추모의 의미를 대자면 끝이 없는데…… -64-

 

우리는 왜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이 그토록 소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같이 살아온 삶의 기억들이 중요한 것 같다. 새봄이는 그렇게 새봄이의 삶의 일부를 지석이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선물했다. 새봄이의 삶을 다시 함께 경험하게 된 지석이는 그만큼 경험과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같이 공유하게 된 경험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새봄이는 또 선물로 받았다. 우리도 새봄이의 삶의 소중한 일부분을 지석이와 함께 경험하고 바라보면서 우리의 소중한 삶과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모비 딕을 읽고 나서 살고 싶어졌다. 지구에서의 삶이 주는 모든 황홀과 경이, 그리고 심지어 처절한 고독마저도 의식하면서다시 느껴 보고 싶다. 이슈메일이 순전한 마음과 정신 속에서 항해를 하며 모든 걸 받아들이고 느꼈듯이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나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내 모든 감각을 열어 놓고 모든 자연과 사람과 다른 그 모든 것들을 대하고 싶다. -45-

그리고 나도,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 이새봄이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 현실과 생명체에 대한 이새봄의 시선과 생각들. 그리고…… 감정들. 수많은 종류의 감정들이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그만큼의 감정들을 느끼고 싶다. 새로이 느끼는 감정들로 나를 채워 가고 나만의 시선을 가다듬으며 사람들과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싶다.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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