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수히 발원한다 PARAN IS 5
김기정 지음 / 파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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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어제 멈춘 것이 아니라 오늘 새롭게 시작된 자신이 되려면 행해야할 숱한 행위의 이유를 찾아 담고 있는 성찰과 반성, 좌절과 분노, 연민과 희망 등에 관한 기록이다. 시인은 자신이 마주했던 시간을 남기려고 하고 있다. 그것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결코 오늘을 살아가야할 이유가 지워지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며, 절망에 가까운 비관적 태도로 보게 될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시집은 어제와 오늘의 마음을 언어로써 붙잡아두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래도

아름다운 시를 써야한다고

울며 주장하는 일은

더러운 것들을 버리고 싶고,

버려야 하는

얄궂은 희망 때문이다.


- “아름다운 시” 중에서


시에 쓰인 어제에 남은 것들 중에는 지나간 것이 아쉬워 기록으로라도 남겨 추억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미 어제가 되고 있는 오늘에는 스스로 다짐하며 애써 의미를 찾지 않으면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한 까닭에 각각의 시들이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는 무력감이 시집을 관통하는 지배적 정서로 느껴진다.


그러나 무력감은 포기의 이유가 되지는 못하고, 새날과 좋은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끊어내야 하는 시간 혹은 시대의 정서와 같다. 시들의 화자는 자신의 시간에는 마주 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를 현실의 한계를 자각하면서도 현실을 견디고 현재를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중요한 부분을 시대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담고 있는 몇몇 시들이 채우고 있다. 이 관찰과 분석은 어제를 박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늘 달리 혹은 더 낫게 살기 위해 시간에 생기를 부여하는 활동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재론컨대 시인은 시를 통하여 이유를 쌓고 있는 것이다.


밀려 걸어도

걸어야 하는

내 발걸음은 내가 안다.

보폭을 줄여 속도를 낮추되

노년의 걸음이 멈춰 서야 할 그곳은

내가 안다.


- “발걸음” 중에서


시집을 읽다보면, 외교유연성, 세력균형, 해양정치와 같이 시에서 자주 보기 힘든 말이 등장한다.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이 정치학의 이름이 된 시대라서 국제정치학과 시의 거리가 다소 먼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만, 시인은 그와 같은 용어를 시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포섭한다. 국제정치학자이기도 한 시인의 삶의 궤적을 그와 같은 언어들이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곳곳에 정치학적 문제의식을 담으면서도 정치학자의 일반적 글쓰기가 아니라 시를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오랜 시간 시를 써온 시인의 기록 습관 같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가 먼저 찾아왔고, 시에 시인이 살아온 삶이 담기며 그의 시간이 시로 남은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시가 아니면 쉽게 남길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에 남은 최소의 말, 말의 호흡, 그것들이 이어져 만들어낼 운율이 마음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찰과 분석이 시간에 생기를 부여하는 활동이라고 한다면, 살아있는 기운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사람의 평온과 행복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마음에 관한 것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숱한 말들 중에는 사람의 평온과 행복 등을 위한 목적에서 탄생한 것들이 적지 않지만, 어느 날부터 그것의 목적과 한참 동떨어져 생기를 잃고 부숭부숭해지고, 또 마음의 자유에 틈을 내어주지 않는 기계적인 것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시인의 시어들은 언어 속에 비어있는 사람의 마음의 자리를 살펴보게 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시인은 모두 마음으로부터 시작해,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는 삶과 시대의 여정 속에서 찬바람이 불고 가로등마저 위태로운 시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기 위해서 숱한 마음을 시를 통해서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배우가 수상소감을 하며 “중꺾그마”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삶의 숱한 순간들은 꺾임의 장면으로 되어 있고, 그 장면 속 자신은 꺾여서 스러지는 경우가 많다. 꺾여서 멈추면, 바라던 내일은 오지 않는다. 꺾여서 시들어버리지 않으려면, 밖으로 꺼내놓기에 주저하게 되더라도 희망 등과 같은 이유가 필요하다. 이 시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려는 이유를 찾고, 쌓으려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위안, 약간의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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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힘 - 문재인 정부의 용기와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기록
최종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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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현재 상태를 동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만드는 새로운 현실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에 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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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의 요새 - 성폭력, 책임, 화해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박선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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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학대에 관한 책이자 폭력과 남용된 권력 그 자체에 대한 책. 그리고 폭력에 맞서 권리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고민하며 “법”의 위상과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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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민주주의 유혹하는 권위주의
앤 애플바움 지음, 이혜경 옮김 / 빛소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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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애플바움의 책이다. 민주주의 위기론을 설명하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어떤 이는 민주주의의 내재적 모순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어떤 이는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규범의 형해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또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함께 각자의 행복을 이야기하며 건배를 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멀리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든다. 


저자의 경험에는 거짓이 어떻게 정치를 무력화시키는지, 반대로 진리라고 믿는 것이 어떻게 정치를 형해화시키는지를 비롯하여,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다양성을 견디지 못하는 참을성 없음이 우리가 공기라고 믿는 민주주의를 얼마나 더럽히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는 강렬한 정치적 믿음이 어떻게 서로를 등 돌리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강렬한 믿음의 끝에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매달려 있다.


저자는 왜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해야했을까.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 공유하는 도덕언어가 사라진 현대의 문제적 상황에서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너무나 행복한 한 때를 함께 보냈던 네가 나의 곁을 떠날 때의 외로움을, 그러나 되돌릴 수 없었던 경험을, 그것이 자신에게 정치적인 것에 대한 너무나 다른 생각, 즉,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너무나 다른 생각 때문임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으로 인해 붕괴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믿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읽어야할까. 우리도 애플바움이 경험한 그 지점에 어쩌면 이미 와 있지만, 그 지점에서 무엇이 일어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자신만의 정치적 올바름을 한껏 머금은 정치적 수사들이, 그 수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누군가와 손잡고 미래를 고민하기 보다는 손을 겨드랑이에 끼고, 등을 돌리는 모습이 애플바움이 경험한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끝에는 고독이, 그리고 고독을 만드는 미움과 적대감이 남는다. 고독이, 미움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로를 생각해야하고, 서로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그것의 위기에 대해서 쓴 이 책을 읽어야한다.


, 어렵지 않지만, 내용이 깊다.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을 듬뿍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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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위기 그리고 새로운 전망
낸시 프레이저 지음, 김성준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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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의 시기 무엇이 일어나고, 어떤 것이 일어나는 것들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간결한 정리. 자유와 민주, 포퓰리즘, 사회비판론 등등 최근의 정치철학논쟁을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음. 미국정치의 문제들 역시 다루면서 정치이론 혹은 철학의 자리가 무엇인지 가늠해보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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